지방분권으로 풀뿌리 자치 실현한다...거대 도시 용인시, 중앙정부와 수직관계 넘어서야
재정력 튼튼한 용인시 국비 확보에 집중 ‘왜 하나’
3개구 특수성에 맞춘 ‘인사’로 지방분권 확대해야

우리가 학창시절 배웠던 명연설의 한 문장이다.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의 케디스버그 연설에서 나은 이 문장은 흔히 민주주의를 표현할 때 인용되기도 한다.

민주주의. 연설문에서 알 수 있듯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나오고 국민 스스로가 그 권리를 행사하는 행위를 말한다. 하여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고 한다.

한반도 민주주의 역사는 신분사회가 종식된 조선시대 이후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 경제 모든 형식에서 민주주의 틀이 자리 잡에 된 것은 직접선거가 공식화 된 1986년 이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후 1991년 31년 만에 지방선거가 부활, 주민의 투표를 통해 기초, 광역 자치단체장과 의회 의원을 선출하게 됐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엄연히 차별이 존재하는 불평등한 사회라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중앙집권체제 하에 각 기초자치단체는 부속기관화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내에서도 차별에 따른 지역 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거대도시로 성장한 용인시가 ‘용인의, 용인에 의한, 용인을 위한’ 자치단체가 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은 없는지 살펴본다.

인구 100만 용인시의 외적 영향력

용인시는 대단히 큰 자치단체다. 인구 규모로 따지만 국내 기초자치단체 중 4위권에 해당된다. 행정면적 역시 1000만 인구가 살고 있는 서울특별시에 버금갈 정도다. 그런데다 용인에는  대규모 위락시설이 자리 잡고 있어 관광 인구 역시 경기도내 최고 수준이다. 특히 수도권에 위치했다는 지리적 장점 역시 용인을 부각시키는 한 부분이다. 

1996년 시 승격 이후 용인시는 20년 동안 눈부신 도시 팽창을 이뤘지만 도시 규모에 비해 여전히 ‘덩치만 큰 신생도시’ 취급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거대 도시에서 생활하는 용인시민이 ‘왜 우리는 푸대접을 받아야 하나’란 하소연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40년 가까이 처인구 일대를 비롯해 용인 발전의 족쇄가 된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두고 용인시는 용인시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평택시에 읍소를 해야 했었다. 그런가하면 수원연화장 인근 기흥구 일대 주민들이 그 시설을 사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감면 해택을 얻어내는데 무려 15년이 걸렸다.

인근 지자체간에 발생하는 갈등으로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용인시의 외적 파급력은 그렇게 강하지 못하다. 오히려 도시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생겨나는 ‘역차별’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2015년 조정교부금 배분방식을 달리하겠다며 변경한 지방재정제도 개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용인시가 재정수요보다 수입이 많다는 이유에서 지방교부금으로 분류되는 국비 지원을 큰 폭으로 삭감한다는 정책이다. 용인시는 이미 지난해 200억원이 줄어든데 이어 올해는 500억원, 2019년에는 최대 1000억원 가량의 재정손실이 예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용인시뿐 아니라 정치권, 시민은 용인시민의 세금을 강탈하는 것이라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재정력이 좋다는 이유에서 이 상황을 함께한 수원시는 급기야 광역시에 준하는 광역자체단체 승격을 통해 예산 운영권 확대를 꾀하고 있다. 고양시와 성남시 자치단체장은 이번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서 지방재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용인시는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재정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드러나는 묘수는 ‘정책전환’이 최선으로 보인다. 

실제 행자부의 지방재정제도 개편은 법 하위 단계인 시행령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행령은 국회 동의 절차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에서 조율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책전환=시행령 원상복구’ 공식이 ‘어불성설’만은 아닐 듯하다. 

용인시가 지방재정제도 개편의 역차별 대상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잘사는 도시’라는 이유에서다. 지자체가 잘산다는 개념은 지방 권력 강화와 더불어 재정자립도 등의 수치도 기준이 된다.

잘 나가는 용인시의 조건, ‘재정+지방분권’

용인시의 경우 살림살이를 판단할 수 있는 재정자립도는 2016년 기준으로 54.8%로 한창 지방세가 대거 몰리던 시절에 비해 다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도 평균에 비해 크게 높다. 경기도내에서 자립도가 50%를 넘는 지자체는 4곳에 불과하며 용인은 이중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재정자주도의 경우 지난해(2015년 일반회계 최종 예산 기준)는 75%로 경기도 평균 70%를 상회할 뿐 아니라 도내에서 5번째로 높다. 재정자주도가 높을수록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더욱 넓어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용인시의 재정 여건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나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용인시의 최근 3년간 재정력지수도 ‘1’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재정력지수 비율이 1미만일 경우 자체 수입으로 행정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채무제로를 달성한 용인시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재정운용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중앙정부’가 용인의 각종 대규모 개발 사업을 하는데 사실상 ‘큰 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인시민이 낸 다양한 유형의 세금이 용인시 발전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비’란 큰 틀에 모았다 다시 교부금 등의 형식을 빌려 각 지자체로 분산되다 보니 아무리 재정지수가 긍정적이고, 높아도 정부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비 확보는 행정적‧정치적으로 가장 큰 과업이 됐다. 실제 용인시도 국비 확보를 주 업무로 하는 T/F팀이 운영되고 있는가 하면, 지역 국회의원은 각종 국비 확보가 큰 치적이 되고 있다.  

결국 잘 사는 용인시가 되기 위한 조건은 재정의 원활한 수급뿐 아니라 중앙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분권형 행정이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지방분권, 용인시는 어떤 형태로 이뤄져야 하나

지방분권은 다양성을 전제로 출발한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광역대도시의 특례에 관한 연구’ 자료에는 다양성은 각 지방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민주성을 동시에 지지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지방분권에 있어 ‘다양성 그리고 민주성은 동의어라고 할 정도로 밀접하다’고 밝히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조례는 법률을 상위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많은 지자체가 특성에 맞는 조례 제정에 나서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간에 정치, 행정 등에서 차이점이 생겨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획일성과 통일성을 기조로 중앙정부에 권력이 집중화 된 통치 방식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지방자치제도를 병들게 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최근 화재가 발생한 인천 한 포구의 경우 국가가 복구비로 10억원을 지원한다는데, 그곳은 자릿세만 1억원이 넘을 정도로 수익이 많은 곳”이라며 “반면 수십 년이 지나도 지원 한 푼 안 되는 곳이 용인에도 허다하다. 그런 곳 중에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도 부지기수” 라고 밝히며 국비 지원의 불평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용인시의 경우 인구 100만명의 거대도시로 성장한 만큼 지방분권의 필요성은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이에 수년 전부터 용인시 등 광역시급 기초지자체는 대도시 특례제도 등 행정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행정적, 재정적 독립성을 키워 지방분권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용인시는 이 제도를 통해 대도시 행정의 효율성 확대 및 주민 삶의 질 향상 등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이 제도 법제를 위해 발의된 지방자치법 개정안에는 광역차원에서 처리하는 도시계획 업무뿐 아니라 예산 편성의 독립성도 담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례시 지정, 지방분권 ‘표준 답안’ 아니다

특례시 지정이 만사는 아니다. 특히 용인시와 같은 도농복합도시의 경우는 더하다. 인구 밀도뿐 아니라 행정구역, 개발정도에서 큰 편차를 보이는 용인시 3개 구의 특수성을 제대로 감지해야 하는 것이다. 

즉 해당 구의 인구, 면적뿐만 아니라 도시의 성격, 인구구조, 경제구조, 지리적 특성, 주민의 소득수준 등을 종합적이고 포괄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대응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기준에만 입각해 행정을 할 경우 각 구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결국 지역갈등 및 주민 갈등 지역공동체의  약화 등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용인시가 2013년 지역균형 발전 등의 이유로 처인구에 한해 경사도를 완화하자 수지구 일대 일부 주민들이 역차별이라며 같은 조건의 경사도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애초 용인시의 취지인 지역균형 발전이 무력화됨과 동시에 지방분권이 오히려 지역 갈등을 일으킨 사례가 된 것이다. 

3개 구의 특수성을 규격화하기 위해서는 용인시의 인사행정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선제 조건으로 책임 구청장제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흥구청의 경우 1대 양진철 전 구청장을 시작으로 현 박상섭 구청장까지 2005년 이후 2017년까지 12년 동안 13번의 구청장이 바뀌었다. 평균 재임기간이 1년이 안 된다. 민선 6기 들어서만 벌써 4번째다. 앞서 평균 임기를 감안하면 정찬민 시장 임기 동안 최대 2번 가량은 더 교체될 수도 있다. 처인구와 수지구도 상황도 비슷하다.

지방분권의 시작은 다양성이다. 중앙정부가 각 자치단체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듯 용인시도 각 구별 다양성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 큰 틀에서의 계획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다양성을 잘 이해하고 행정력을 펼칠 수 있는 지역에 최적화된 인력 배치가 본질적으로 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인구 100만명에 맞춰 추진 중인 특례시 계획이 현실화 된다 해도 용인시 3개 구청이 자치구에 준하는 권한을 가질 수 있지 못할 것으로 보여 각 구별 다양성을 규정화 시키는 사업은 더욱 절실할 듯 보인다.
 
지방의회, 중앙 정치 눈치보다 민의 공부 전념해야

정부가 2015년 지방재정제도 개편을 밝혔을 때, 처인구 일대를 중심으로 용인시민이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했을 때도 용인시의회 시의원들은 한 목소리를 내며 동참에 나섰다.
중앙권력에 항의하고, 용인의 외적인 대응력을 키우는데 시민의 대표로 적극 나선 것이다. 이런 의회의 활동은 중앙권력의 지방이양 필요성을 더욱 선명하게 해준다.

하지만 정치란 테두리 내에서 보면 결국 기초의회 역시 지방분권의 대상이다. 이는 공천권을 쥐고 있는 상급기관의 의중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의회는 중앙 정치에 영향을 받게 되며, 그 영향력은 본연의 의무인 견제와 균형이란 역할에 까지 미치게 된다.

시의회 한 초선의원은 “기초의회에도 분명 중앙권력의 영향을 받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당의 결정에 따를 수 있지만 용인시 행정과 관련된 사안에 있어서는 지방분권을 생각해야 한다”며 “도의원이나 국회의원은 더 지방분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민의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00만 대도시로 성장한 용인시. 하지만 외적 영향력과 내적 성숙도를 보면 여전히 경기남단 소도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룩셈부르크라는 나라가 있다. 지형적 특수성뿐 아니라 국가단위인 점을 감안하면 용인시와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눈여겨 볼만 한 부분이 있다. 

유럽 선진국 사이에 끼어 있는 이 나라는 세계 유력 언론사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살기 좋은 나라의 상위권을 차지한다. 인구도 용인시의 절반 정도인 50만명을 조금 넘는다. 주변에는 유럽강대국이 즐비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룩셈부르크는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 돈으로 1억원이 넘는다. 우리나라의 4배 수준이다.

용인시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주변 강대국에 대응할 특수성과 강대국을 흡수할 수 있었던 다양성이다. 지금의 용인시가 당장 중앙정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행정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100만 대도시를 맞아 특수성과 다양성을 갖춘 지방분권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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