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민주주의로 가는 길 주민참여예산...거버넌스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

용인시주민참여예산학교 교육 모습.

용인시에 주민참여예산제가 도입된 지 6년째 접어들었다. 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용인시의회에서 두 차례 부결되며 우여곡절을 겪었던 만큼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기대는 컸다. 참여예산에 관심 있는 주민들의 참여가 제도로 보장된데다 미흡하지만 일정 부분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들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례 시행 과정에서 개선이 요구됐던 내용이 조례에 담겼다. 주민제안사업은 사업비와 무관하게 연중 접수로 바뀌었고, 주민제안사업에 대한 1억원 기준선이 폐지됐다. 사업비 규모와 상관없이 제안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 예산편성에 반영되는 사업 우선순위 결정도 사업 전체에서 주민제안사업과 시 자체사업을 따로 구분해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분과위원회와 별도로 청년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화 됐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청년위원회는 수원시에서 대학생위원회를 만드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또 지난해 참여예산연구회가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용인시 참여예산제는 조금씩 발전해 왔다.

용인시 참여예산제도 도입 취지 퇴색

그러나 실제 운용과정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주민제안사업 반영 비율을 높이도록 한 요구사항은 반영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주민제안사업 신청이 상시 접수로 개선됐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주민들의 사업제안은 질적·양적으로 초기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래프1과 2에서 알 수 있듯이 용인시 주민참여예산 사업제안과 예산에 반영된 사업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읍·면·동의 숙원사업이나 단순 민원성 사업이 제안되거나 예산에 반영되며 주민참여예산 취지를 퇴색시키는 일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주민제안사업에 대한 반영 비율이 낮은 탓에 주민들의 참여 의지가 약화된 점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자체장과 공무원들의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이해와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크다. 사업 제안에 대해 읍·면·동 지역회의 위원들과 참여예산위원회 위원들의 충분한 숙의과정이 부족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주민참여예산은 참여예산위원회와 지역회의가 시와 구청이 결정한 사업에 대해 우선순위를 결정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제도와 운영에 대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각 지자체들은 민·관 협치를 강조하며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있다. 주민들의 행정에 대한 참여 기회 확대와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용인시민들에게 여전히 낯설기만 한 ‘주민참여예산제’가 지역에 뿌리 내리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주민이 예산을 결정하는 민주적인 과정

유엔은 ‘주민참여예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예산을 인간개발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재조정하는 실천을 통해 행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가장 혁신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말이다. 예산과 행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가장 혁신적인 방법 중 하나로 극찬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민참여 정책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한 도시는 2011년 세계 2700개에서 2016년 4000개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과 북·남미를 중심으로 전 세계 수천 개의 도시가 왜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을까.

주민참여예산제는 무엇일까. 용인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를 보면,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참여를 보장하고 예산의 투명성을 증대하기 위해’라고 정의돼 있다. 이를 풀어보면 참여예산이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공공 예산의 일부분을 어떻게 사용할지 직접 결정하는 민주적인 과정’이다. 즉, 지역주민들에게 예산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 지방정부와 협력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예산을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참여예산제도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주민참여예산은 민주주의(재정민주주의)와 자치를 실현시키는 예산제도로 운용되고 있다. 아쉽게도 일부 지자체에 불과하지만 주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삶의 질과 관련한 사업예산 편성권을 주민들에게 주고 사업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민과 관이 공유하고 있다.

전국 282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가 주민참여예산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마다 시행에 대한 의지와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왜 그럴까. 주민참여예산제는 주민들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일정한 권한까지 준다. 그러나 대다수 지자체는 주민들에게 행정기관 고유 권한인 예산편성권을 주거나 공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있지만 예산은 다른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전국 282개 자치단체가 참여예산조례를 제정했지만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하는 지자체가 대다수다. 무늬만 참여예산인 곳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주민참여예산조례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조례에 따르면 군수는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는 15인 이내로 구성하고 위원은 ‘학식과 덕망이 있는 주민, 그밖에 대학교수 등 지방재정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으로 군수가 위촉하고 자문하는 역할로 국한하고 있다.

자치단체 중 200곳 이상이 기장군과 비슷한 조례를 갖고 있거나, 주민참여와 권한을 일부 보장하고 있어도 조례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주민참여예산조례를 제정해 6년째 시행하고 있는 용인시 운영사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물론 없진 않다.

최승우 좋은예산센터 활동가는 “아직 공직사회에서는 주민들의 예산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예산은 특정한 사람이 다루는 것, 전문가만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수 있는 것으로 마치 전문성을 신화화 하고 있다”며 “참여예산은 권한과 책임을 공유하는 제도다. 시민 행복을 위한 제도이고 사업이다. 자치와 공동체적으로 접근해 해결해 나가는 민주주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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