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민주주의로 가는 길 주민참여예산

경기·서울지역 주민참여예산 관계자들은 간담회를 열고 지역의 성과와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시흥시, 참여예산규모 확대…기능별 분과회의 특징

시흥시는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 참여를 보장하고 예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6년 11월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주민참여예산위원회와 지역회의 골격을 갖춰 주민들이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8월, 조례를 개정하면서 부터다. 시흥시는 2012년 조례 개정 이후 운영 결과와 평가를 반영해 해마다 운영계획을 변화시켰다. 이 과정을 통해 제도에 대한 기반이 형성됐다. 수원시처럼 2014년에는 청소년위원회가 구성되기도 했다.

참여예산 규모를 보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마다 금액도 늘고 있다.<32면 그래프 참조> 2012년 25억원으로 시작해 2013년 30억, 2014년 35억, 2015년 5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운영 구조도 변화 과정을 거쳤다. 주민 자율성 사업과 주민제안사업으로 구분됐던 예산은 2013년부터 지역과 동단위사업과 시 단위 정책사업으로 나뉘어 이어지고 있다. 2015년에는 동별 실링제(동별로 일정 규모 예산을 정하는 제도)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공동체사업에 가산점을 주었다.

주민들이 이같은 변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주민참여예산교육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참여예산위원 등을 시민강사로 양성해 찾아가는 예산학교를 진행한데 이어 2015년에는 지역회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회의 운영 매뉴얼을 만들었다.

시흥시 주민참여예산의 가장 큰 특징은 규모 확대다. 예산뿐 아니라 사업제안 건수도 꾸준히 늘었다. 여기에 지역회의 역할과 권한의 확장이 함께 이뤄졌다. 2015년 참여예산 규모가 50억원으로 늘었는데, 17개 지역회의에 각각 2억원씩 배정하면서 형성된 규모다. 무엇보다 사업제안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138건이던 제안건수는 2015년 340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584건으로 늘었다. 제안건수에 비례해 2013년 32건에서 2017년 예산에 122건이 최종 선정되는 등 예산 책정 건수도 꾸준히 늘었다.

예산위원 교육 등 시흥시 주민참여예산을 컨설팅해 온 희망제작소 오지은 선임연구원은 “시흥시는 자유로운 아이디어 공모와 함께 직접 하고 싶은 사업을 제안해 운영하는 주민자율사업부터 소외지역을 막고 최소한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동별 0순위 사업’, 공동체사업 할당 도입까지 매년 사업내용 다양화를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시흥시 참여예산 변화과정을 설명했다.

특히 각 분과별 명확한 역할을 제시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기능별 분과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용인과 수원을 비롯한 많은 지역이 복지, 문화관광, 청소년, 도시환경, 일반행정 등 주제별 분과를 운영하고 있다.

참여주체 확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참여예산은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2014년 조례 개정을 통해 성평등 개념을 도입하고, 청소년위원회를 구성해 청소년들의 제도 참여 길을 열어놓았다. 또 청년들의 참여를 위해 청년사업 예산을 따로 배정했다. 이는 타 제도(시흥시청년기본조례)와 연계해 해당 주체에 실질적 권한을 보장한 사례로 주민참여를 강화한 시도로 평가된다.

관악구, 실질적인 참여 보장…독립적 권한 부여

참여예산제도가 도입되기 전부터 서울시 관악구 주민들과 풀뿌리 시민단체, 공무원들은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였다. 관악구에서 주민참여예산이 뿌리 내리고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제도 도입과 정착 과정에 깊이 관여한 관악참여예산네트워크의 힘이 컸다. 네트워크는 조례 제정 이듬해 구청장과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참여예산제도를 알리기 위해 ‘참여예산길라잡이’를 만들어 배포하고, 예산학교를 설립했다.

2012년 첫 해 위원 중 593명이 예산학교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이듬해에는 찾아가는 예산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어 강사들이 지역회의를 찾아 교육을 했다. 네트워크 회원들은 관 주도 사업으로 흘러가면 제도 취지가 퇴색할 것을 우려해 참여예산위원회와 지역회의에 들어가 활동하며 제도 정착에 힘을 기울였다. 관악구 참여예산이 모범 사례로 꼽히는 이유는 구의 거버넌스 의지도 중요하지만 지역 내 풀뿌리 조직의 연구와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관악구는 전체 예산이 5052억원 규모의 작은 자치구다. 하지만 관악구 참여예산 규모는 9억원 수준으로 제도 운영과 주민 참여에 비해 많지 않다. 관악구는 구 차원의 예산학교뿐 아니라 동마다 개별적으로 ‘찾아가는 예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회의는 50명 이내, 참여예산위원회는 100명 이내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회의가 주민의견 수렴과 동별 제안사업 발굴 및 선정을 한다면, 위원회는 주민제안사업 심의와 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 제안사업의 130%가 결정되면 구청장과 예산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조정협의회에서 우선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예산을 조율한다. 관악구는 지역회의와 민관이 협력해 사업을 심의하는 조정협의회와 같은 기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15곳밖에 없다.

민·관 협치 즉, 거버넌스 실현이라는 차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 분과위에서 통과된 사업이 조정협의회에서 제안사업이 탈락하게 되는 경우 공무원들을 설득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른바 ‘숙의민주주의’ 요소가 비교적 잘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참여를 제도로 보장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참여예산위원과 지역회의 위원 수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 308명이던 지역회의 위원 수는 지난해 92명으로 3분의1가량 줄었다. 참여예산에 대한 정보 부족도 있지만 참여예산위원으로 활동할만한 동기와 유인 요인이 없다는 게 박정열 관악구주민참여예산위원장의 설명이다. 여기에 위원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해결 과제다.

그럼에도 관악구를 주목하는 점은 주민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도록 조례가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또 참여예산제가 공동의 선을 지향하는 진정한 심의기관으로 작동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관악구 참여예산조례는 타 지자체와 비교해 상당한 권한을 주민에게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예산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점과 공무원들의 참여 기반 확대와 제도 공유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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