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함께 한 110년 세월 간직한 공간...지난 역사 기록·보관, 해제 작업 해와
‘원북원’…1년간 선정도서 함께 읽어

11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갖고 있는 부산시민도서관은 부산은 물론 대한민국의 역사를 지키고 보존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또 온 시민이 함께하는 ‘원북원’ 행사로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한반도에 사는 자국민을 위해 그들만의 도서관을 지었다. 경성도서관, 부산부립도서관 등은 서울과 부산 같은 일본 거류지에 순전히 일본인을 위해 생겨났다.

하지만 일본이 물러난 후에도 도서관은 그대로 남았다. 부산부립도서관으로 시작한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이하 부산시민도서관)은 그렇게 한 세기를 넘기며 온전한 부산 시민의 장소로 변모했다.   

110년이 넘는 긴 역사답게 부산시민도서관은 문을 연 이래 계속 보존 가치가 있는 부산 관련 자료, 역사 가치가 높은 고서들을 소장하고 기록해왔다. 1945년 해방되던 해에 소장하고 있던 2만 2413권은 책들은 거의 모두 고스란히 남아 고문헌자료실에 있다. 여기에 2만 4397점의 해

방 전 자료들과 근대 한일 외교 관계 관련 자료, 한국 국회 비소장 자료 등이 더해졌다.
이런 자료들은 지역 전문가의 손을 거쳐 이용되기 쉬운 자료로 데이터베이스화 되고 있다. 검색이 쉽도록 저자와 내용 등으로 정리해 컴퓨터에 옮겨놓은 것이다. 책이 분실되거나 해질 것을 우려해 조선 관계 서적들은 따로 사본을 만들어 놓기까지 했다.

부산시민도서관은 한일 외교 관련자료 원본을 비롯해 국내 최고본으로 추정되는 고서와 해방 전 서적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단순히 소장에 그치지 않고 도서 해제를 통해 사료적 가치가 높은 중요 한국관련 일본 서적을 대상으로 매년 발간하고 있다. 1969년에 시작한 해제 작업은 지난해 14집까지 발간돼 고문헌해제 DB에 차곡차곡 모아졌다. 지난 역사를 기록하고 보관하는 일을 충실히 수행해왔기에 부산시민도서관은 지역민만을 위한 도서관이 아닌 국민 모두에게 가치가 있는 도서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사업이 과거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다. 부산시민도서관은 시민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대표적 사업인 ‘원북원 사업’을 14년째 성공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시와 교육청이 주최하고 도서관이 주관해 책을 한권 선정한 후 부산시민 모두가 1년 동안 함께 읽는 행사다. 책 한권을 정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준비한다. 도서 선정 위원이 정한 100권이 다시 도서관 관계자와 원북원 운영위원회를 거쳐 5권으로 추려진다. 이 5권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시민, 기관 대표자, 문학인 관계자가 검토·투표 후 단 한권의 책을 뽑는다.

이렇게 책 선정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야와 지역, 인기에 치중하지 않고 최대한 공정한 과정으로 책을 고르기 위해서다. 한 해 동안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든 부산시민이 읽을 책인 만큼 선정부터 발표까지 시민과 함께 한다.   

‘원북원’은 해마다 어떤 책이 뽑혔는지 관심이 집중되는 등 시민 참여도가 높은 사업이다. 높은 인기를 반영한 듯 ‘원북 선포식’은 매년 화려하게 치러진다. 선포식 행사와 함께 시민에게 무료로 배포된 3000권의 도서는 1년 동안 지역별, 기관별, 학교별로 돌아가며 나눠 읽게 된다. 노인과 시력약자를 위한 큰 글자 도서, 점자 도서도 따로 제작·배포해 부산 시민이라면 누구나 선정 도서를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책 선정과 배포 후에는 온 시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연중 내내 이어진다. 작가 초청 강연회를 비롯해, 독후감 공모, 독서릴레이, 심포지엄, 독서토론회 등 관련 행사가 활발히 이어지는 동안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책 하나로 동화된다. 잘 만든 사업 하나가 소통과 공감을 키워드로 하는 도서관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