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에 속하는 두 번째 작품은 ‘안젤리카 수녀’다. 이야기의 시작은 우리나라에 소개됐던 연극 ‘신의 아그네스’와 흡사하다. 귀족 집안의 딸인 안젤리카는 집안에서 원치 않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 아기를 낳는다. 그녀는 강제로 수녀원에 보내져 원치 않는 수녀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보고 싶은 아기 때문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그녀의 유일한 친척인 이모(메조 소프라노)가 찾아와 아기가 죽었으며 재산을 모두 포기하라는 각서를 쓰도록 강요한다. 안젤리카는 죽은 아기 소식에 절규하면서 그 유명한 ‘오 엄마 없이 죽은 나의 아기’라는 아리아(오페라 독창곡)를 부른다. 아기를 따라가겠다며 독풀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던 그녀는 그 순간 죄를 깨닫고 성모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러자 성모가 아기와 함께 나타나 그녀를 용서하고 구원의 문으로 함께 올라간다. ‘연옥’ 편은 이렇게 끝난다.

THE STAGE 화면 캡처

끝으로 ‘천국’ 편은 어떻게 작곡됐을까. 코미디 ‘잔니 스키키(Gianni Schicchi)’의 이야기를 보면 천국의 배경을 알 수 있다. 잔니 스키키는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을 실현한 실존 인물이었다고 한다. 신흥 졸부가 된 그를 단테를 비롯한 도나티(Donati) 가문의 사람들이 싫어했다고 한다.

당시 화가들이 평소 싫어하는 사람들을 그림에 끼어 넣은 것처럼 단테도 <신곡>에서 보기 싫은 사람을 지옥에 빠뜨렸다. ‘지옥’ 편에서 단테는 거짓말쟁이들과 돈에 연관된 이야기를 창조했다. 이들 중 한 인물이 바로 잔니 스키키다. 푸치니는 잔니 스키키를 주인공으로 삼아 마지막 ‘천국’에 해당하는 작품을 완성했다.

피렌체에 사는 부유한 부오소 도나티가 죽자 친척들은 그의 유산을 탐내지만 유서에는 모든 재산을 수도원에 바친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절망한 친척들은 교활한 잔니 스키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잔니 스키키는 죽은 도나티의 옷을 입고 살아있는 도나티로 위장해 공증인을 부른 다음 다시 유언장을 쓰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친척들도 그의 계획에 휘말리고 각자 원하는 유산에 대한 내용을 부탁한다. 그러나 잔니 스키키는 공증인 앞에서 모든 재산은 자신에게 돌아가도록 유언장을 작성한다. 멀거니 바라만 보던 친척들은 공증인이 나간 후에서야 불같이 화를 내며 그에게 사기꾼이라며 욕을 퍼 붓는다. 하지만 잔니 스키키는 시치미를 떼고 “이제 나의 집이 된 이곳에서 썩 나가라”고 호통을 친다.
그리고 그는 청중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이 모든 것에 대해서…. 나는 지옥으로 쫓겨났고 그렇게 지옥으로 빠질 겁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아버지 단테의 허락으로 여러분 모두 오늘 저녁 공연을 즐기셨다면 허락해 주십시오. 면죄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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