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영화는 영화인데 음악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봉이 안돼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블루스마니아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입 소문을 타서 꽤 유명해진 영화 ‘캐딜락레코드’입니다.

영화의 흐름은 블루스레벨의 레코드사인 ‘체스 레코드’사와 밀접한 관계에 있던 윌리 딕슨이라는 작사가가 블루스가수들을 회고하는 형식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줄거리가 블루스 음악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기가 막히게 황홀했던 영화였지요.

몇 번을 봤는지 모릅니다. 버릴 것 하나 없는 블루스 곡과 영상으로 꽉 차있던 영화. 이 영화를 보면 우리가 익히 알던 머디 워터스(Muddy Waters), 척 베리(Chuck Berry), 에타 제임스(Etta James) 등이 영화의 중심에서 움직이고 있어요.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열연은 보는 이로 하여금 1950~60년대의 미국으로 들어가 있는 듯 한 느낌을 주게 합니다. 블루스곡들을 원체 좋아하는 필자는 영화 전반에 흐르는 주옥같은 명곡들에 푹 빠져버렸는데, 그 중의 백미라면 단연 극중의 에타 제임스가 부르는 ‘I'd rather go blind(차라리 장님이 될래요)’입니다.

캐딜락레코드의 ‘I'd Rather Go Blind’ 유투브 화면 캡처.

몇 해 전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 버린 에타 제임스. 대중음악계에 끼친 영향력으로 치면 우리나라의 누구와 견주면 될까요? 아마도 이미자씨 정도와 견주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 위치가 그만치 대단했던 지라 에타제임스의 역할을 맡은 배우는 정말 부담백배 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배우는 오히려 영화 속 에타제임스에 자신을 완전히 녹여버려 에타제임스를 진즉부터 알고, 음악을 들어왔던 필자도 ‘혹시 둘이 같은 사람인가!’하고 한참 혼동을 했어요. 하! 하!

그렇게 훌륭하게 연기를 해내고 노래를 불러준 배우가 바로 그 유명한 비욘세랍니다. 섹시하고 예쁘기까지 한 그녀! 영화 말미에 에타 제임스로 분한 비욘세가 ‘I'd Rather Go Blind’를 부르는 장면은 정말 누구하고라도 꼭 함께 봤으면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보내기에 너무도 안타까운, 그래서 그런 절절함이 묻어나 있는 눈빛으로 부르는 애증의 노래! <당신이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되느니 차라리 앞을 보지 못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애달프게 노래하는 그녀의 연민에 찬 마음을 눈빛으로 읽어내고서 천천히 자리를 뜨다가 잠시 문 앞에서 망서림 끝에 결국 문을 열고 나가는 남자의 뒷모습…. 아~ 정말 가슴 먹먹함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혹시 캐딜락레코드라는 영화를 보고 그 장면에서 저처럼 감동한 분이라면 비욘세의 애끊는 연정의 눈빛에서 에타제임스의 생김새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가지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에타제임스는 남성적으로 생겼다고 해야 하나? 남성적으로도 비교적 못생긴 축에 끼는 그런 얼굴이거든요. 하! 하!

젊은 시절 마약과 술에 찌들어 그리 깔끔하지 못한 시절을 보냈지만 블루스 역사 안에 녹아 든 에타제임스의 역량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지요. 오늘은 에타제임스의 목소리보다 비욘세의 그 영화 속 눈빛에 다시 한 번 빠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래서 영화 캐딜락레코드에서 비욘세가 ‘I'd Rather Go Blind’를 부르는 그 장면을 소개해드립니다. (https://youtu.be/jZVQD9piv7A)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