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는 대상을 만나서 생각하는 것이고, 0은 세상을 말한다. 그래서 20은 ‘타인의 세상’이 된다. 타인의 세상이란 나보다 남들이 더 행복하고 아무 문제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다. 사람들에게는 작은 욕심 하나가 있다. 큰 문제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남들처럼 사는 것이다. 큰 부자가 되려는 것도, 위대한 자가 되려는 것도 아닌 그저 타인들처럼 하루하루를 평안하게 보내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이뤄지기 어려운 욕심이란 걸 사람들은 잘 모른다.

진짜 마음을 비우고 신에게 자신을 완전히 바친 사람만이 천국 같은 세상에 갈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타로카드 20번의 그림은 자기무덤에서 깨어나 모두가 선망하는 천국에 올라가고자 구원을 갈구하며 기도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신은 심판을 통해 그러한 자격이 있는 자와 아닌 자를 판별한다.

2라는 숫자는 또한 ‘만남’이다. 만남 속에서 우린 서로 상대를 평가한다. 그 결과 함께 하기도 하고 배척하기도 하는데, 20은 그런 평가가 있는 만남의 세상을 말한다. 10에서 19까지가 나 중심의 개성적인 세상이었다면, 20부터는 타인이 더 높은 위치에서 나를 보며 평가하는 세상이다. 이때부터 타인의 평가로 내 위치와 개성이 결정되고, 20부터의 세상은 타인 중심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남들이 나를 얼마만큼 인정하는가가 중요한 심판(judgement)의 세상이 된다.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예의가 바르며, 대외적인 관계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게 된다. 타로에서 20번 심판카드가 나오면, 틀에 갇혀서 뭘 모르던 자신만의 세상에서 더 넓은 타인의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다 나쁘다는 것보다 그런 상황이 닥쳤기 때문에 그동안 살아왔던 자신의 내공과 공덕만큼 평가받게 됨을 말한다. 또한 남들처럼 살기를 꿈꾸며 정당한 인정을 받길 바라는 에너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타로카드는 수비학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자신만의 세상을 잘 준비한 사람이 나갈 때는 행운이 되지만, 그 순서를 어기면 그에 대한 불이익이나 엉킴이 생기게 된다. 결국 우리가 스스로에게 충실하고 자신의 진실함과 정직함을 가지면 타로카드 또한 좋은 결과를 이야기해준다.

20은 냉엄하다. 그래서 바른 사람만이 부름을 받게 된다. 유대계 종교철한자인 마르틴부버는 저서 <나와 너>에서 나의 완성은 언제나 너가 존재함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하고 있다. 너의 소중함을 알고 판단을 존중하며, 나보다 너가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해주는 것이 20의 의미이다. 2000년대는 그런 20의 세상을 말하며 개인의 개성보다 함께하는 보편성이 우선하는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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