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탄핵은 우리 경제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치적 의미야 그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고 경제에 관한 것만 살펴보기로 하자. 많은 사람들이 현 정치적 혼란이 우리경제에 큰 어려움을 가져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충분히 일리 있는 걱정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통령 탄핵은 중·단기적으로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이같은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다. 그 첫 번째 증거가 바로 종합주가지수의 변화다. 대통령 탄핵은 초유의 엄청난 사태다. 그러나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는 약 1090으로 지금까지 주가지수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그 변화도 크지 않았으며 변화의 주요인도 외국인의 사자팔자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매우 오래된 진실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모르면서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지배한다’는 말을 배웠을 것이다. 필자도 이 말을 들으면서 그 뜻이 가슴에 닿지 않아 그 말이 무엇일까 매우 궁금해 했던 기억이 난다. 쉽게 풀이하면 정치·문화·종교와 같은 ‘멋지게’ 보이는 상부구조는 먹고사는 것과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경제라는 하부구조가 변하면 그것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이다.

즉 경제가 정치·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정치·문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보다 훨씬 더 크다는 뜻이다. 그러나 구소련의 공산주의 혁명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까지 포함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코 밑에서 인심난다’든가 ‘풍년 다음 해 인심이 좋다’는 말도 같은 뜻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청난 사태가 있음에도 주가가 사상 최고 수준인 이유를 부분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 특히 삼성 이재용 회장 구속과 같은 사건이 가지는 뜻은 더 그렇다. 우리나라 재벌들의 행태에 동의하지 못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경제 발전에 있어서 기업인들의 역할이 지대한 것도 사실이다. 조금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삼성 이병철 회장의 말을 인용해 보겠다. “큰돈을 벌려면 철학이 있어야 한다. 돈을 벌려고 마음먹으면 작은 돈은 벌 수 있다. 그러나 큰돈을 벌려면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언뜻 들으면 동의하기 어려운 말이다. 그러나 참으로 깊은 뜻을 담고 있는 말이다. 국가 전체의 부가 커지지 않는 한 작은 나라 경제 안에서 내가 부자가 돼봐야 그것은 동내 부자일 뿐이다. 큰 나라 부자들과 비교하면 내 부는 정말 조족지혈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커져야 내가 커지고, 내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부를 쌓는다고 생각할 때 나의 조국도 커지면서 그 커진 국가를 배경으로 내 부도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인간을 위한 인문학적인 상품을 만들 때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병철 회장의 주장과 일맥상통한 말이다. 필자는 재벌 2,3세들이 이 말의 깊은 뜻을 알기를 희망한다. 과거 재벌 총수들은 한문학(경전)을 배웠고,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전통적 가치를 배웠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현재의 공교육은 그렇지 못하다. 도덕과 역사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고 사회적 분위기도 희생과 봉사보다 무조건 이겨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만을 강조했다.

재벌 뇌물사건을 냉정하게 분석해 보자. 돈을 준 재벌도 물론 문제가 있다. 그러나 권력을 배경으로 돈을 요구한 정치세력에 더 일차적이고 원천적인 문제가 있다. 능동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보다 수동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 더 큰 벌을 일방적으로 받는다면 이러한 문제점은 미래에도 사람만 바뀔 뿐이지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더 우려되는 점을 밝히자면 양방향이 아닌 일방적인 재벌 구속사태가 재벌들이 미래에 은밀하게 해외로 재산을 도피하게 하는 동인이 되고, 급격한 해외투자를 하는 구실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점이다.

부정축재한 부일지라도 그것이 국내에 존재하는 한 우리나라 부이다. 그러나 해외로 유출된다면 개인의 부는 될지 몰라도 국가의 부는 아니다. 우리는 빈부 격차가 심하고 부정부패가 많은 국가에서 이런 예를 너무 많이 보았다. 부자는 많은데 나라는 가난한 나라들이 이런 국가들이다. 해외투자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해외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경제적 이유 외에 해외투자가 이뤄진다면 국부의 상실이고, 국내 투자 감소와 청년실업 등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번 정치사태가 하루빨리 끝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빠른 시간 내에 안정을 되찾고 본연의 생업에 종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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