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구보건소 ‘베이비 프리마켓’ 주민들 적극 참여
기부금 마음대로, 봉사점수 부여 등 이색 아이디어

 

“내 아이가 쓰던 물건을 그냥 버리기가 아까웠는데 필요한 이웃에 나눠준다니 뿌듯해요.”

수지구보건소 1층에 마련된 베이비 프리마켓이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보건소 1층 자투리 공간을 엄마들을 위한 프리마켓으로 꾸며 보자는 아이디어는 맨 먼저 지역보건팀 송영희 팀장이 냈다. 출산·유아용품은 사용 기간이 짧아 그냥 버리기에도 새로 사서 쓰기에도 아까운 경우가 많다는 생각에서다. 

주위에선 과연 지역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노파심이 앞섰다. 주민들이 직접 기부한 물품으로 매일 마켓을 열어야 하니 참여가 없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초기 사업 계획에 따라 시에 보고했던 예산 200만원은 그대로 삭감됐다.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도 지역보건팀은 “우리 힘으로 꾸며 사업을 진행해보자”고 다짐했다. 벽이나 책장, 선반 등은 모두 기부물품으로 꾸몄다. 

프리마켓 기부자에게 봉사점수를 부여하고, 물건을 사가는 사람이 스스로 가격을 책정해 기부금을 내도록 하는 등 주민들이 즐겁게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색 아이디어를 적용시켰다.   

이런 정성 때문일까? 베이비 프리마켓엔 시작 전부터 지역 엄마들이 가져온 ‘새 것 같은 중고’ 물품들로 가득 찼다. 물건이 너무 많아 지하 창고에 보관해야 할 정도였다. 

아이 예방접종을 위해 보건소에 들렀던 부모, 보건소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들른 노인, 임산부들. 1층 자투리 공간은 어느새 시민들로 북적이는 인기 만점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손자가 곧 100일인데 카시트가 필요하다고 해서 몇 날 며칠을 들렀어요. 오늘 드디어 카시트가 나와 있어 가져갑니다. 잘 쓸게요. 정말 고맙습니다.”    

누군가 깨끗하게 세탁까지 해서 카시트를 기부했고, 정말 필요한 이에게 전달됐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주민들은 어느새 아껴 쓰고 나눠 쓰는 ‘베이비 프리마켓’을 잘 활용하고 있었다.
한 만삭 임산부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넘치듯 많은 육아용품들을 다른 아이들에게 나누고 싶다며 한보따리를 싸들고 왔다.

장난감을 가지고 오며 입을 삐죽이던 5살 아이도 “이 물건을 더 필요한 이웃에게 줄 것”이라는 설명을 듣자 곧 작아질 신발도 기부하겠다며 약속까지 하고 갔다.

 외에도 자녀들이 쓰던 물건을 하나하나 닦고 세탁해 비닐 포장까지 한 후 가져오는 엄마, 아무 물품도 가져가지 않으면서도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쌈짓돈을 놓고 가는 노인, 뜨개질로 직접 뜬 모자를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수시로 갖다놓고 가는 주민 등 짧은 시간, 작은 공간에서 탄생한 미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건소 직원들은 시민들 스스로 양심껏 프리마켓을 이용하는 모습에 늘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어느 날은 사무실에서 잠깐 나와 보니 3살쯤 돼 보이는 아이가 신나서 자전거를 타고 막 나가더라고요. 전날 한 주민이 기부하고 간 자전거였어요.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지역보건팀 김세미 씨는 베이비 프리마켓을 운영한 이후 보건소에 찾아온 ‘긍정적’ 변화들이 반가운 눈치다. 

베이비 프리마켓은 보건소를 찾는 시민들의 연령층도 낮췄다. 어린 아이, 젊은 엄마들이 자주 찾다보니 분위기가 한층 밝아진 느낌이다. 프리마켓을 운영할 공공근로자를 채용하며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을 줬다. 한 직원의 작은 아이디어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만나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문의 031-324-8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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