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어렸을 적 서울변두리 풍경을 생각해봅니다. 1960~70년대의 서울 변두리는 거의 다 그러했듯이 지금은 완전히 번화가가 돼 있습니다. 필자가 살던 청량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일으키던 펄펄 나는 먼지, 그리고 플라타너스 나무 사이로 들쭉날쭉 하던 잰걸음의 남루한 옷차림의 행인들, 낮부터 한잔 걸쳐 불콰해진 얼굴로 연신 쌍소리를 뱉어내던 지게꾼 아저씨들, 깡통을 들고 다니던 거지 아이들의 악다구니 소리…. 당시로서는 정말 미래가 충만하거나 화려하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꾸지 못했던 암울한 석양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때 그 석양은 왜 그리 붉었던지.

아마도 그 풍경을 영화로 찍어 배경음악을 하나 정해보라면 두말 않고 애니멀스의 ‘The House Of Rising Sun’을 꼽겠습니다. 에릭 버든의 피를 토하듯 외치는 절규와 같은 보컬과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듯한 기타 소리, 그리고 비탄에 빠진 듯한 전체적인 분위기. 이 곡만큼 1960~70년대의 어려웠던 분위기를 그대로 옮긴 음악은 다시없을 것이라고 감히 단언합니다.

노래 가사를 보면, <집안을 이끌어 나가야 할 아버지는 항상 술에 취해 있는 노름꾼이고, 고단한 삶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재봉사인 어머니는 자식이 입을 작업복을 만들었어요.> 한숨 섞인 분위기를 직설적으로 전달하면서 동생들만큼은 나처럼 살지 말게 해달라고 절규하며 부르는 이의 목소리는 이 곡이 나온 지 수십 년이나 지난 요즘 우리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라도 되는 양 다시 한 번 귀담아 듣게 됩니다.

워낙 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던 지라 너무도 귀에 익어 어쩌면 식상한 곡이 돼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이 곡을 좀 새로움이라는 양념을 첨가해서 내놓으면 맛이 좀 더 좋아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번 호에는 넉넉한 풍채를 가진 아저씨, 밥 월쉬(Bob Walsh)의 목소리로 전해드립니다.

밥 월쉬는 우리나라 일반 팝팬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이름입니다. 팝송을 꽤나 들었다는 분들도 밥 월쉬를 소개하면, 옛 댄스음악 ‘Ebony Eye’를 부른 밥 웰치(Bob welch)로 지레 속단하더군요. 다시 말씀 드리지만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밥 월쉬는 얼마 전 크게 사랑을 받고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 유명한 캐나다 속의 프랑스라고 불리는 ‘퀘백’ 태생입니다. 블루스마니아들에게는 많은 사랑을 받아왔으며 40년 이상 활동을 하다 작년 말에 68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진 열창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줬던 가수입니다.

Bob Walsh를 처음 만날지도 모를 여러분에게 분명한 경고를 드립니다. 보컬의 중독성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읊조리듯 호소력 짙은 창법이 보태어진 이 음악들은 블루스를 듣는 느낌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줍니다. 앞으로 블루스 음악의 매력에 푹 빠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 하!
그가 부르는 ‘The House Of Rising Sun’의 문을 열 때에는 아주 장중한 분위기의 허밍코러스가 듣는 이로 하여금 심호흡을 하게 합니다. 이어지는 맑은 기타 소리, 그리고 처음에는 자조하듯 읊조리다가 거칠고 절절하게 토해내는 야성의 목소리가 듣는 이의 가슴을 부여잡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될 수 있는 한 볼륨을 높이고 들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https://youtu.be/2CSdaU3KFgg)

정재근씨는 수년 전부터 웹진 ‘파워피플뉴스’와 ‘워너비뉴스’ 등에 이야기하듯 풀어 쓴 ‘고요샘의 음악창고’라는 이름으로 블루스의 명곡을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습니다. 여행 강의도 하는 그는 기흥구 상하동의 지석문화제를 기획하고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본지는 정재근씨가 추천하는 정말 듣기 좋은 음악을 옆에 있는 친구에게 직접 이야기하며 차 한 잔 건네주듯 권할 예정입니다. 그가 권하는 음악은 대부분 블루스가 될 것입니다. 많이 들어봤음직한 노래 중에서도 다른 가수가 다르게 해석해서 내놓은 곡도 많이 소개할 예정입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독자들을 위해 직접 소개하는 곡도 들어볼 수 있게 유투브 주소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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