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1992년 1월 유린당한 인권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0년이 흘러 2011년 12월, 1000번째 수요시위를 맞아 부부 조각가에 의해 ‘평화비’가 세워졌습니다.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다음 세대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외치는 할머니들의 뜻을 잇기 위해서입니다. 평화비는 일제강점기 강제로 끌려간 어린 소녀의 모습을 형상화해 ‘평화의 소녀상’으로 불립니다. 이후 평화의 소녀상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과 시민단체, 지자체의 뜻이 모여 국내 곳곳에 세워졌습니다.

다음 세대를 살아갈 청소년들도 나섰습니다. 한 여고 역사동아리의 제안으로 진행되고 있는 100개의 작은 소녀상 건립운동입니다. ‘100개 학교에 100개 소녀상’ 건립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이 운동으로 지난해에만 37개 고등학교에 작은 소녀상이 세워졌다고 합니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용인외고와 태성고 등 용인지역 고등학교 2곳에 작은 소녀상이 세워졌다고 합니다.
이런 움직임 때문인지 몰라도 최근 용인에서도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일부 시민단체와 협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이미 두 차례 모임을 갖고 ‘용인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가 구성됐습니다. 구체적인 일정도 제시됐습니다. 3월 1일 발대식을 갖고 광복절에 맞춰 ‘8·15소녀상’을 건립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벌써부터 이런저런 말이 나옵니다. 추진 과정에 대한 우려와 아쉬움의 목소리입니다. 필자도 소녀상 건립에 관심 있는 이들과 소녀상 건립에 대해 논의하고 있던 터라 더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여성단체에서도 소녀상 건립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논란이 확산되지 않고, 용인시민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기 바라면서 몇 가지 제언을 해봅니다. 먼저 용인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의 외연 확대입니다. 이미 용인 곳곳에서 소녀상 건립이 추진되고 있거나 논의되고 있습니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용인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가 작은 발걸음을 내딛은 만큼 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를 제안합니다.

인근 평택시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창립 당시 평택지역 시민단체뿐 아니라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어 소녀상 건립에 동의하는 모든 단체와 기관, 시민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추진위에 참여한 단체는 종교단체, 정당, 여성단체, 지역언론, 노동조합, 복지단체, 농민·농업단체 등 49개에 이릅니다. 평택지역 소녀상 건립 추진사례가 좋은 본보기가 될 듯합니다. 보수와 진보, 세대와 계층, 지역을 아우를 때 어떠한 정치적인 논란도 야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위 제안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인데 발기인 참여 조건을 재고해주기 바랍니다. 추진위는 발기인

100명을 모집한다면서 그 조건으로 1인당 10만원을 제시했습니다. 발기인이 되려면 10만원을 내라는 건데 이같은 발상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많고 적고를 떠나 돈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뜻은 있는데 금액이 부담스러워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누구에겐 하루 용돈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구에겐 한 달 생활비 일 수 있습니다. 용인시민의 평화 의지를 담아내고자 한다면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턱을 낮춰야 합니다.

‘용인 평화의소녀상 건립운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과 명예 회복뿐 아니라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를 염원하는 용인시민들의 평화 의지를 담아내고자 함이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존재와 피해자들의 아픔을 모르는 이들과 우리 미래 세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자 함이다. 다시는 슬프고도 고통스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한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현장을 남기고자 함이다.’ 건립 취지문 일부입니다. 용인시민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