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키우는 흰동백 꽃

이번 겨울에는 겨울다운 눈 구경을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쉽다. 겨울에 눈이 많이 와야 그해 풍년이라는데, 조금 더 기대를 해봐야겠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는 계절마다 다양한 꽃을 볼 수 있다. 특히 눈 속에서도 꽃이 피는 사진을 많이 봤을 것이다.

풀 중에는 복수초, 노루귀, 바람꽃 등의 식물이 그렇고, 나무 중에는 단연 동백이 그러하다. 절기상으로 보면 풀꽃들은 2월 중, 입춘 즈음에 피기 시작하니 봄꽃이라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12월에서 2월에 걸쳐 주로 피는 동백은 정말로 겨울 꽃이다. 흰 눈과 대조되는 붉은 동백꽃은 참으로 아름답다. 여름에 피는 꽃이 화려하다고 하지만 키가 5m나 되는 나무들이 무리지어 꽃을 피운 모습만큼 화려할까?

필자는 겨울의 제주도와 인연이 많다. 바다가 좋은 제주도에서 해수욕 한번 제대로 못한 것이 많이 아쉽지만 겨울의 제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그곳에서 키가 10m에 달하는 동백나무숲을 보았다. 항상 봐왔던 조경용 키 작은 나무가 아니라 울창하게 우거진 숲의 모습은 마음을 울렁이게 했다. 나무꼭대기까지 붉은 꽃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구불구불 올라가는 가지들이 수년 전에 보았던 판타지 영화를 떠오르게 했다. 그곳에 서있는 것만으로 여행의 목적을 다 이룬 느낌이었다.

동백은 꽃이 통째로 떨어지는 특이한 특징도 있다. 풍성한 수술이 함께 그대로 떨어지니 꼭 꽃을 따서 뿌려놓은 것 같다. 꽃잎만 떨어지는 꽃들보다 떨어진 꽃이 더 아깝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하지만 떨어진 꽃은 주워 갖다 놓아도 향기가 나지 않는다.

떨어진 노각나무 꽃

요즘 가로수로 많이 심는 나무 중에 나무껍질이 모과나무나 배롱나무처럼 얼룩덜룩한 것이 있다. 동백나무와 사촌인 노각나무인데 동백나무처럼 꽃이 통째로 떨어진다. 하지만 동백과 달리 6월에 하얀 꽃이 핀다. 지나가다가 떨어진 하얀 동백꽃을 보게 된다면 ‘동백나무 사촌인 노각나무구나~’ 하고 떠올려주면 좋겠다.

중학교 필독서였던 김유정의 ‘동백꽃’엔 “한창 피어 흐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이란 글귀가 있다. 우리나라 전국의 숲에 흔히 피는 노란 동백꽃은 생강나무이다. 남부지방에서는 흔한 동백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서 사용했고, 다른 지방에서는 귀한 동백기름 대신 생강나무 기름을 썼기 때문에 그것을 동백꽃이라고 부른 것이다. 동백나무는 남부지방에 주로 분포하고 따뜻한 해안선을 따라 동해안, 서해안에 자란다. 하지만 자리를 잘 잡은 동백나무를 용인에서도 볼 수 있다.

동백나무는 겹꽃으로 된 품종이 매우 많다. 화원에서 동백나무를 사려고 하면 대부분 겹꽃이다. 그래서 겹꽃은 가격도 저렴하다. 여러 겹의 꽃잎은 매우 풍성해 국화 같다. 하지만 수술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열매를 맺지도 못할 것이다. 동백나무를 사고 싶다면 홑겹의 동백나무를 추천한다. 동백은 꽃잎과 풍성한 노란 수술이 함께 있어야 그 본래의 멋을 느낄 수 있다. 열매도 잘 맺는다. 필자도 지난해 키우던 동백나무가 열매를 많이 맺어 세 알씩 지인들에게 나눠 줬다. 별것 아니지만 식물을 나눠 주면 고양이를 분양한 것과 같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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