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인간이 가장 가까이하는 동물이다. 동물이라기보다 가족같이 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동양보다 서양에서 더 애호(?)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개고기를 식용으로 하는 몇 안 되는 나라가운데 하나이다.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해 졌지만 88년 서울올림픽을 유치하고 난 뒤 서양 일부에서 개고기를 빌미로 벌어진 보이콧 움직임이 있었는데 개고기에 브루셀라균이 있다고 발표해 보신탕집이 단숨에 된서리를 맞았던 기억이 있다. 일부는 영양탕이나 보양탕, 사철탕 등으로 간판을 바꾸고 영업을 계속했는데, 지금도 보양탕이나 영양탕은 보신탕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96년도 인가, 온 나라가 월드컵 유치로 정신없이 뛸 때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도 바르돈가 뭔가 하는 섹시파 배우가 “개고기 금지하지 않으면 월드컵 유치를 반대하겠다”는 협박성 멘트를 날려 우리 민족을 야만족으로 보고 대한민국을 비문명국으로 만들었는데 당시 국민적 공분(?)이 대단했던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개고기만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식용의 역사가 오래됐기 때문이고 주례(周禮)에도 개고기는 제사에 올리는 주요 음식으로 올라 있을 정도이다.

지금은 기원을 열고 있지만 용인의 대표적 인장(印章) 장인 가운데 한분으로 정시당을 운영했던 유희송 선생이 개를 나타내는 한자인 견(犬)과 구(狗)를 구분해 애완견과 가축용 개로 나누기도 하는 것을 봤다. 즉 견공(犬公)과 같은 표현이나 애완견과 같은 말도 친밀감이 있는 용어라는 것이다. 실제로도 애완구(愛玩狗)라는 말은 없지 않은가? 반대로 견육(犬肉)이라는 말도 없다. 구육(狗肉)이라는 말은 있지만…. 또 서양에서도 예전에는 개고기를 먹었는데 핫도그가 바로 그 증거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설명이 길어진 것은 땅이름에 개고개가 있어서이다. 개는 인간과 아주 가까운 동물이지만 개똥밭 정도를 제외하면 개가 들어간 지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시청 앞에서 42번 국도를 따라 용인정신병원 방향으로 작은메주고개(현 효자고개)를 넘으면 병원 정문을 지나며 민속촌 방향으로 길이 나뉜다. 민속촌 방향으로 진행하면 왼편에 써니밸리아파트를 지나게 되는데 바로 넘어온 길이 개고개이다.

개고개는 구현(狗峴)으로 쓴다. <조선지지자료>를 보면 기고면 한의동, 지금의 공세동 한일마을에도 개고개가 있는데 구현(駒峴)으로 쓰고 있다. 발음은 똑같지만 한자 뜻은 다르다. 하나는 말 그대로 개이지만 다른 하나는 망아지가 돼 있다. 하지만 한자를 다시 옮긴다고 망아지고개가 되진 않는다.

개고개가 왜 개고개인지 아는 사람은 없다. 다른 지역에서 찾을 수 있는 개고개의 경우 술 취해 쓰러진 주인이 산불로 위험해지자 개가 시냇물을 묻혀 불속에서 살린 뒤 타죽었다고 해서 개고개라고 했다는 유래가 가장 흔하다.

개고개는 갓고개의 변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가장자리에 있는 고개라는 뜻이다. 갓고개가 갯고개가 됐다가 ‘ㅅ’이 탈락돼 개고개가 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실제로 개고개는 기흥구 지곡동에서 한쪽 변두리에 있다. 지금은 4차선 대로가 됐지만 예전엔 나무꾼이나 지나던 오솔길이 있었을 뿐이다.

100여 년 전의 <조선지지자료>에는 지금의 처인구 원삼면 목신리에 상구곡(上狗谷)이 나온다. 우리말로 웃개골이라 함께 쓰여 있는데 역시 개가 들어가는 지명이 된다. 이를 풀이하면 개골, 즉 가골이 갓골>갯골>개골로 변화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위 개고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만약 용인의 개고개에도 충성스러운 개의 전설이 있다면 비(碑)라도 세우고 동상이라도 만들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런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개고개라는 이름은 영원히 개고개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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