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은 광물로 보석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한때 수정으로 이름을 떨쳤는데, 특히 자수정의 품질이 좋기로 이름났다. 수정은 투명함 자체만으로도 보석 이상의 가치가 있다. 수정이 보석 반열에 들 수 있는 것도 깨끗하고 순수함 때문일 것이다. 수정은 보석뿐만 아니라 인장을 새기거나 안경렌즈를 만드는데도 사용됐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경주 남산에서 나는 수정을 안경알 만드는데 최고로 쳤다.

안경알 수정을 만들 경우 안질을 치료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많이 썼다고 하는데 땅속에서 캐낸 신비한 존재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수정렌즈를 착용한 이후 눈이 시원해지고 피로가 가시는 효과를 본 사람들도 많다고 하니 수정이 좋기는 좋은 물질인 것 같다.

지금은 유리나 플라스틱으로 수정 대신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유리그릇에 크리스털이라는 이름이 붙는 것도 수정처럼 맑고 투명하기 때문인데, 지금은 플라스틱도 유리 못지않은 투명도와 완성도를 자랑한다.

17세기의 기록인 <동국여지지> 산천조에 수정산이 처음 나오는데 ‘현 북쪽 35리로 건지산과 더불어 서로 이어져 있고, 위에는 비석이 있으며 굴이 있어서 작은 암자를 이루었는데 이름이 굴암(窟菴)리다’라는 내용이다. 이후 여러 읍지나 <여지도서> 등에는 보이지 않다가 1862년 <대동지지>에 다시 등장한다. 내용은 ‘북쪽 39리로 위에 석굴이 있으며 안에 작은 암자가 있다. 수정이 산출된다’는 기사이다. 다만 산출되는 수정이 경제성이 있는지 아니면 말 그대로 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어떤 기록을 봐도 토산(土産)으로 수정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산에서 주울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후 읍지에도 수정산은 보이지 않는다. <내고장용인 지명지지>편에 보면 <조선왕조실록> 1458년(세조4) 9월 5일 기사를 들어 ‘승정원에서 교지를 받들어 경기관찰사에게 치서(馳書)하기를 양지현의 자수정(紫水晶)이 나오는 곳에 감고(監考)를 정하여 간수하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전한다. 이는 아마도 옛날에 이곳 수정산에서 자수정이 생산된 듯하다고 기록했는데 수정산은 온전하게 죽산 땅에 있었지 양지와 경계상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위 기록이 사실이라면 옛 양지현 관내 다른 곳에서 자수정이 산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 위 기록이 사실이라면 자수정이 산출된 지역을 찾는 것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될 것이다.
수정산은 부산에도 있고, 속리산에도 수정봉이 있다. 인터넷을 통해 보니 미국 워싱턴주에도 수정산(Crystal Mountain)이 있고, 중국에도 여러 곳에 있는 것으로 검색됐는데 일본에도 도야마(富山)현에 수정악(水晶岳)이라는 산이 있었다. 또 대부분의 수정산은 모두 수정이 산출돼 생긴 이름이라고 하는데 지명을 붙이는 발상은 나라가 달라도 모두 비슷한 것 같다.

수정은 보석이고 황토는 진흙이지만 수정보다 훨씬 흔하고 널리 분포한다. 황토는 일반 흙하고는 달라서 여러 가지 좋은 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화장품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이를 보면 황토와 일반 흙은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황토는 붉은 색깔이 특징이다. 따라서 밭은 황토밭이라 하고 길은 황톳길이 된다. 황토는 특히 고개에 많이 붙는데 황토지대의 특성상 크고 높은 고개에 황토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주로 낮은 고개에 많이 붙기 때문에 ‘-고개’보다는 ‘-재’와 같은 이름으로 많이 불리며 한자로 ‘-현(峴)’을 많이 쓰게 된다.

동학군의 전적지로 유명한 황토현도 전국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황토현 가운데 한 곳이다. 용인에는 처인구 원삼면 두창리에 황토현이 있는데 보통 황토재라고 부른다. 주변이 온통 황토여서 인근에서도 모르는 이가 없다.

수정산과 황토현은 산출되는 광물과 재질에 따라 생긴 지명이다. 황토는 이미 여러 가지 분야에 다양하게 쓰이고 있지만 수정산의 수정은 이름으로만 남는 것 같다. 수정산 주변 사람들의 말을 빌면 수정을 주워 도장을 새기기도 했고, 유리를 자르는데 쓰기도 했다고 하는데 도장을 새길 정도라면 작은 크기는 아니다. 경제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광산으로 개발한다면 어떤 수정을 보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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