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카페'에서 창업준비... “외국인 아닌 같은 사람으로 봐주길”

용인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휴 카페'에서 창업을 준비 중인 후옌씨

베트남에서 온 르우티후옌씨는 지난 3일부터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용인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1층 '휴'카페에서 카페 창업 준비를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온 르우티후옌(25)씨는 5년 전 친언니의 소개로 지금의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5년 사이 그녀는 아들을 낳아 엄마가 됐고,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 의사소통이 수월해졌다. 얼마 전에는 지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바리스타 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따냈다. 아직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센터 1층 ‘휴’ 카페에서 창업 준비를 하고 있는 그녀는 한눈에 봐도 야무지게 보였다.
 
“커피 만드는 일이 정말 재미있어요. 제가 만든 커피를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원래 커피 향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열심히 연습하고 배워서 언젠가 카페를 운영해보고 싶단다.

고국인 베트남을 마지막으로 다녀온 것은 3년 전.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힘들고 외로울 때 엄마 생각이 많이 나요. 올 8월에는 고향에 가기로 약속했는데 너무 기다려져요.” 베트남에 가면 먼저 뭘 하고 싶으냐 물으니 웃으며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다. “‘쓰어추얼’이라는 베트남 간식이 있는데 그게 너무 먹고 싶어요.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요.” 아직 어리다면 어린 그녀이기에 멀리 떨어진 고향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음식과 친구였다.

후옌 씨는 시댁 식구들 모두 참 따뜻한 분들이라고 했다. “시아버지는 조금 무뚝뚝하시지만 마음이 따뜻하세요. 시누이도 많이 도와주시고요.” 무엇보다 그녀는 남편을 의지하고 남편에게서 많은 힘을 받는다.

“바쁘더라도 하루에 몇 번을 전화해요. 자주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말도 빨리 늘었어요. 착하고, 잘못도 이해해주고, 맞춰주고…”

남편의 이야기가 나오니 후옌씨의 얼굴이 밝아진다. 남편은 일 때문에 많이 바쁘지만 시간이 날 때면 아들과 놀아주고 청소도 열심히 해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그래도 단점은 없느냐 물으니 “잔소리만 좀 줄여 달라”며 애교 섞인 불만을 토로한다. 늘 힘이 되어주는 가족 덕분일까. 그렇잖아도 다부진 성격의 후옌씨는 한국말뿐 아니라 한국 요리도 뚝딱 배웠다.

이제는 각종 국이며 찌개는 맛있다고 칭찬 받을 정도로 잘 한단다. “처음 요리를 인터넷으로 배웠는데 한국말을 잘 모를 때는 그것도 어려웠어요. 사진을 보고 그냥 따라하는 정도였죠. 지금은 정말 잘해요.”               

갓 스무 살에 시집와 쭉 머무른 용인이다. 그녀에게 용인은 이제 어떤 느낌일까. “이제 여기가 고향 같아요. 하지만 가끔은 외국인이고, 나이가 어리다보니 무시하는 분들이 있어요.”

내내 밝은 표정으로 말하던 후옌씨가 갑자기 눈물을 보였다. 예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일이 기억났다.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그녀에게 대뜸 그녀의 나이를 묻고 남편의 나이, 직업, 수입을 물었다.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자기도 모르게 순순히 답하고는 몰래 눈물을 훔쳤다. “나이도 어리고 한국말도 어눌하니까 ‘집이 가난해서 이곳에 시집 왔냐’면서 개인적인 것을 대놓고 물으며 무시했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피하게 되고 어려워하게 됐죠.”

길을 가거나 어딘가를 방문할 때 자신을 신기하다는 듯 보는 눈길도 늘 부담스럽다. 조금 다른 모습이고 말도 서툴지만 똑같은 사람으로 대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또 하나의 걱정은 이제 5살이 된 아들이 커서 초등학교에 입학해 학부모가 되는 일이다. “아이에게 수학이나 국어 같은 공부를 가르쳐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른 엄마들처럼 잘 챙겨주고 싶은데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아 걱정이에요.”

한국말을 참 잘 하지만 모국어가 아니기에 아직은 어렵다. 지금도 아들의 언어발달에 이 점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 늘 걱정인데 더 수준이 높은 문제들을 가져오면 가르쳐줄 수 있을까 싶단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죠. 아이도 나중엔 그런 엄마를 이해해줄 날이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 내내 긍정의 힘을 발산하던 후옌씨가 말했다. 그녀에게는 가족이 있고 남편과 아이가 있고, 이웃이 있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어려운 순간마다 그녀를 다독이고 일으켜줄 힘이 이들에게 있다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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