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지낸 아이들 세상 하나뿐인 가족

선한사마리아원, “부족한 사랑 밝게 자란 고마운 아이들”

생후 10개월 때 아동보육시설에 들어오게 된 서진(가명·18·여)이는 부모님이나 가족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명절 때 먼 친척이라도 데리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러나 서진이에겐 그럴 친척도 없었다. 같은 보육시설에서 지내는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이유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을 한번이라도 만나게 해달라고 매일 밤 기도했단다. 지금은 그저 오랜 세월 떠나본 적 없는 이곳이 집이고 이곳에 있는 생활교사와 친구, 동생들이 가족이다.

공부는 늘 상위권을 유지한 서진이다. 하지만 성적에 맞게 대학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취업과 근로 장학금을 약속한 곳으로 가야 앞으로 시설을 퇴소하고 나서도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18살 서진이는 이제 홀로 서야한다. 두렵고 막막하면서도 앞으로 펼쳐진 새로운 삶이 기대되기도 한다고 했다. 서진이는 이 느낌을 “시원섭섭하다”라고 담담하게 표현했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 위치한 아동보호양육시설 선한사마리아원(원장 한해주)에는 총 일곱집이 있다. 일반 가정집처럼 그 안에 부엌도 있고 방도 있어 여기 있는 모두가 ‘집’이라 부른다. 3층에 있는 서진이집에 들어간 첫 느낌은 ‘따뜻하고 아늑하다’였다. 일반 가정집과 똑같은 모습이지만 이곳엔 부모님이 아닌 생활교사가, 그리고 함께 지내는 7명의 동생들이 있다.

서진이는 자신이 퇴소하면 남은 동생들이 잘 지낼지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친자매처럼 살아온 동생들이기에 퇴소 후에도 매주 집을 찾을 것이라고도 했다. 동생들도 언니의 퇴소 이야기가 나오자 시무룩해졌다. 아직 이별이 뭔지 잘 모를 나이인데도 이들에게는 익숙하면서 두려운 것 중 하나가 누군가와 이별하는 것일 터. 늘 맏언니답게 자신들을 잘 챙겨주고 고민도 들어줬던 언니가 막상 곧 떠난다 생각하니 눈물부터 앞선다.

“00이 꿈이 뭔지 아세요? 연예인이에요. 연예인!” “아휴! 언니, 말하지 마!”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는지 서진이가 한 집에 사는 동생 하나를 가리키며 장난기 있게 말했다. 동생은 언니의 입을 막으며 얼굴을 붉혔다. 오랫동안 함께 한 동생들의 꿈이 뭔지, 어제는 무엇 때문에 울고 웃었는지, 연예인은 누구를 좋아하는지 서진이는 모르는 게 없다.

이곳에서 만난 인연으로 아이들은 세상에 하나뿐인 가족이 됐다. “어떤 사연으로 이곳에 오게 됐는지 공식적으로는 말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요. 근데 우리끼리는 다 알아요. 서로 터놓고 얘기하면서 위로하는 거죠.” 

낙엽 굴러가는 소리에도 웃음이 터진다는 나이. 인터뷰 내내 아이들은 또래답게 장난치며 웃고 떠들었다. 그런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생활교사가 기자의 마음을 읽은 듯 말했다. “부모의 손에서 자라는 게 제일 좋겠죠.

하지만 여러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온 아이들에게 부족한 사랑을 채워주는 게 시설의 역할이에요. 그 안에서도 밝게 자라는 아이들이 참 고맙죠. 모두 서진이처럼 바르게 잘 자라 스스로 자립할 수 있길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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