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박대통령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내려지든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새로운 차기 대통령 선거는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에게 부탁하고 싶은 경제 정책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모든 국가 경제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요점은 국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무엇인가, 그리고 원하는 만큼의 경제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 근본 이유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현 경제의 문제점은 경제성장 속도의 저하, 2만불 시대에서의 정체, 수출 감소, 중산층의 소멸, 자본이 있어도 서민들이 투자할 곳이 없다는 것, 일자리 부족, 청년 실업, 인구 감소 그리고 기업투자 부족 등이다. 올바른 지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잘 나가던 우리 경제가 왜 이렇게 정체현상을 빚게 됐는가를 이해하는 일이다.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성장 속도의 저하이다. 따라서 왜 이렇게 경제성장 속도가 저하됐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가지, 즉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이 있다. 외부적 요인은 세계 경제성장 속도의 저하와 유가인상 등이 될 것이다. 그러나 외부 요인들은 대부분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이유들이어서 받아 드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우리 힘으로 노력할 수 있는 내부적 요인들이다. 경제성장을 저하시키는 내부적 요인들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면 대한민국 상품 중에 경쟁력 있는 상품이 적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가 장기비전의 부족, 제 몫 이상을 차지하려는 지나친 집단적 요구, 기업들의 해외 공장 이전, 인기 몰이식 경쟁적 선심정책, 해외 사치품에 몰리는 과소비 풍조, 공교육 마비로 인한 지나친 과외비 지출, 해외자원개발 등과 같이 중요한 정책이나 너무 비현실적인 집행으로 인한 거대한 예산 낭비와 이에 따른 기회비용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낭비에 더욱 불을 붙인 것은 기득권 보호를 위한 정책 남발,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때를 놓쳐 호미로 막을 것을 삽으로 막는데서 오는 또 다른 예산낭비 등도 있었다. 더욱이 어떤 문제가 매스컴에서 일단 거론되면 문제의 중요성에 따라 의연하게 대처하거나, 시간이 조금 소요돼도 본질적인 해결책을 시행하지 않고, 책임 회피식 단기적 대응책만을 반복함으로써 오히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경우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문제점을 이렇게 분석하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도 비교적 상세하게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해결책은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장모님 상점 물건도 좋아야 산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 ‘좋다’는 말을 지금 말로 바꾸면 바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즉 같은 품질이라면 가격이 싸거나, 비싸면 거기에 합당할 만큼 품질이 좋아야 한다는 뜻이다.

세계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핸드폰, 텔레비전, 세탁기가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이유는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상품 개발은 정부 몫이 아니라 기업의 몫이다. 정부는 그것을 촉진시키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연구개발 비용의 현명한 보조나 고속감가상각정책 또는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이익이 중소기업에게 돌아가게 하는 정책 등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국가 장기비전의 정립과 흔들리지 않는 정책시행이다. 기업들과 공무원들의 자질은 매우 훌륭하기 때문에 정책 수립 그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서 부처 간 권한 싸움, 공무원들의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완고한 고집, 그리고 정책 시행을 위해 불가능에 가까운 많은 부처들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사실 등이 유효한 결과를 얻는 것을 크게 방해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정부가 해결하려고 한다면 비교적 용이하게 해결할 수 있다. 국민들의 건전하지 못한 사치성 과소비도 조절해야 한다고 본다.

요즘 우스갯소리로 서울 강남에는 벤츠가 너무 많아 소나타 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 근저에는 사치성 과소비와 함께 ‘따라가기식’ 과소비도 많다고 생각한다. 과소비를 조장하는 데는 대기업도 큰 몫을 했다. 도요타는 커피 장사를 하지 않고, GE는 자동차를 수입해서 판매하지 않는다. 무조건 돈을 벌기만 하면 무엇을 해도 좋다는 식의 천민자본주의는 이 땅에서 배격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대기업은 대기업다운 사업을 해야 한다.

서민들이 적은 돈으로 투자할만한 사업은 대기업 영역이 아니다. 이는 자기 몫 이상을 차지하려는 집단들의 행동을 정부가 자제시켜야 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다. GDP가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똑같이 중요한 것은 GDP가 여러 기업과 사람들에게 고르게 늘어나게 하는 것이다. 국가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차기 정부는 이 점에 대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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