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데서 자면 입 돌아간다’는 말을 장난삼아 많이 들어보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심한 스트레스와 과로, 피로 누적으로 인해 면역체계가 약화됐을 때 입이 돌아가는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얼굴에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치료를 받는다면 생각보다 치료 효과가 좋은 질환이 바로 안면신경마비입니다. 

안면신경마비는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안면신경이 손상돼 안면부의 운동 장애 및 감각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주로 특발성으로 발생한 급성 안면마비인 벨마비(Bell’s palsy)와 이성 대상포진으로 인한 람세이헌트증후군(Ramsay Hunt syndrome)이 안면신경마비의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얼굴 근육의 마비로 눈과 입 등이 한쪽으로 비뚤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므로 한의학적으로는 ‘구안와사(口眼喎斜)’라고도 합니다. 안면신경마비의 주요 증상으로는 눈을 감기 힘들거나, 이마나 코의 주름을 잡기 힘들고, 표정을 짓기 힘든 복합적인 안면부 운동 장애가 나타납니다.

이와 함께 얼굴 혹은 목 부위의 이상감각이나 동통, 미각 장애, 청각 과민, 눈물 감소 및 눈물 과다분비 증상, 이명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안면신경마비의 증상들은 일반적으로 48시간 내에 가장 심한 상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행과정은 대체로 전구기, 마비기, 악화기, 평행기, 회복기를 거칩니다.

특발성 안면신경마비의 발생 원인에 대한 가설로는 바이러스 감염, 허혈성 혈관질환에 의한 마비, 당뇨에 의한 혈관 장애, 다발성 신경염, 자가면역성 질환, 한냉 노출, 유전적 영향 등이 있습니다. 단순포진바이러스, 대상포진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신경 내 염증 변화로 인해 이에 속한 부종이 안면신경관 내의 신경을 압박해 안면신경마비가 발생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근거로 구안와사의 성별·연령별 발생 추이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2009~2013년) 진료 인원은 2009년 5만6747명에서 2013년 6만6011명으로 5년 사이 1만 명이 증가해 16.3%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연평균으로 3.85%의 꾸준한 증가세였습니다. 구안와사 진료 환자를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은 연평균 3.63%의 증가세를, 남성은 연평균 4.14%의 증가세를 보여 여성보다 남성의 증가율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진료 인원은 여성이 약 1만 명 이상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안면마비의 원인은 특정할 수 없으나 임신, 비만, 고혈압, 당뇨, 상기도의 질병 등이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산부는 발병률이 3배, 당뇨 환자는 발병률이 4배 증가합니다.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발병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역, 인종, 성별에 따른 발병률 차이는 없습니다.

발병 연령은 다양하나 15~45세 사이에 남성보다 여성에서 빈발합니다. 24만2000명의 임신부를 조사한 후향적 연구에서 42명(0.017%)이 임신기간 중 벨마비가 발병했으며 임신중독증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예후는 신경손상 정도와 관련이 있는데, 불완전한 손상은 회복이 될 여지가 있습니다.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85%가 3주 이내에 회복을 시작했으며, 71%가 완전 회복, 13%가 약간의 후유증, 16%가 연합운동, 구축감 등을 비롯한 후유증이 남았습니다.

이성 대상포진으로 인한 안면신경마비의 경우 상술한 벨마비보다 좋지 않은 예후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복이 21일 이내에 시작되면 예후가 비교적 좋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 또한 신경손상의 정도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회복이 완전하지 않으며 구축감, 연합운동, ‘악어의 눈물’로 불리는 눈물샘 과다 분비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안면신경마비에 기본적인 침치료와 약침 및 봉침 치료, 전침 요법, 매선 요법, 한약 등의 치료를 하게 되는데,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병 후 빠른 시간에 병원에 내원해 치료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안면신경마비 예방에 중요한 부분은 평소 생활습관입니다. 평소 운동을 꾸준하게 해 체력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으로 과로와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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