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인기 메뉴 ‘치킨’ 가게도 AI 걱정...매년 줄어드는 손님… "올해는 더 심해"

“하루만 장사 해봐요. 얼마나 장사가 안 되는지 금방 알 수 있어요. 연말 성수기가 옛말이 된 건 오래에요. 올해는 특히 더 하네요”

2016년을 보내고 2017년 새해를 맞은 지역 상인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이른바 김영란법에 따른 접대 문화 위축에 최근 전국적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뿐 아니라 독감마저 유행해 외식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 탄핵에 따른 어수선한 ‘시국’도 소비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연말‧연초’ 성수기는 이미 오래전에 상실됐다는 하소연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기흥구 신갈동에서 2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53)씨를 만난 건 지난달 28일 오후 5시 경. 저녁 장사를 앞두고 있지만 박씨는 걱정스레 한숨만 쉬었다.

예년 같으면 연말을 맞아 단체손님 예약이 하루 평균 2~3건 정도였지만 3~4년전부터는 연말에도 일주일에 2~3팀의 단체손님이 오면 ‘운수좋은 날’이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단다.

26일 처인구 이동면 서리에 위치한 오리고기 전문 식당. 점심식사 시간이 지나서인지 식당은 텅텅 비어 있었다.

식당을 6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는 주인은 “점심시간이 지나서 손님이 없는 것이 아니라 평소의 모습”이라며 “점심이나 저녁에는 단체손님도 많이 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가족 단위로 찾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기흥구 구갈동에서 치킨 전문점을 하고 있는 이모(45)씨는 “한국사람 중 치킨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정도인데 조류독감 발생 이후 매출이 그전과 비교해 20% 이상 줄었다”면서 “보통 연말 연초에는 배달이 밀려 알바생을 한명 더 고용했는데 올해는 혼자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한숨에도 소비자들의 외식 재개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처인구 오리전문 식당에서 만난 이은령(41‧여)씨는 “솔직히 조류독감 때문에 오리요리가 부담스러웠는데 약속이라 왔다”면서 “남편 회사도 2년 전부터 연말 회식을 안 한다. 올해는 식구들끼리 모임도 안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청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김영란법 때문에 가족 외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조류독감에 대통령 탄핵 상황이라 회식이나 술자리는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지난해 연말에만 5건의 약속을 잡아 30만원 가량을 소비했지만 올해는 가족과 잡은 약속 1건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