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8일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메일 편지를 지역주간신문 발행인들에게 보냈다. ‘국회 탄핵표결이 예정된 내일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날입니다.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한 표를 행사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미래와 우리 자손의 미래가 결정됩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국회의원들이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국민 전체의 눈치를 보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을 선출해준 지역 유권자의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한편 지역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탄핵안에 대해 어떻게 표결할 것인지 알고 싶어 합니다. 그들이 탄핵안에 대해 찬성할 것인지 반대할 것인지 알 권리도 있습니다. 지역신문은 지역 유권자를 대신해 그 지역 국회의원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탄핵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대답을 지역 유권자들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아침 40여개의 지역신문 홈페이지를 검색한 결과, 충남 홍성신문만이 유일하게 그러한 역할을 실천했습니다. 진정 주민을 위한 지역신문이라면, 진정 지역을 위한 신문이라면, 진정 국가를 위한 언론이라면, 오늘 당장 여러분 지역의 국회의원에게 전화를 하십시오. 그리고 물어보십시오. 찬성인지 반대인지. 그 결과를 독자와 주민들에게 전달해주십시오. 속보도 보내고, 문자도 보내고, 이메일도 보내십시오.

대한민국 역사상 지역신문의 역할이 지금처럼 중요한 적이 없었습니다. 제발 오늘 하루만이라도 지역 유권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 수고해 주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지역신문은 국민의 편에 선 진정한 언론으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12월 초 대한민국 언론은 온통 대통령 탄핵 관련 뉴스로 뒤덮었고, 사람들의 대화 소재도 대부분 탄핵정국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유독 지역주간신문 지면에서는 대통령 탄핵이 뉴스가 되질 못했다. 그나마 관련된 탄핵뉴스는 각자 지역의 촛불시위 현장을 소개하는 기사였다. 대통령 탄핵사건이 청와대와 여의도와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므로, 자기 지역의 뉴스가 아니라고 지역신문들은 판단한 듯 보였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지역언론인들의 시대착오적 정치관이 발견된다. 정치뉴스는 정치인들에 관한 것이라는 그릇된 고정관념이다. 물론 정치인들은 정치뉴스의 중요한 일부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아니다. 그들은 유권자를 대신하기 위해 선출된 심부름꾼이다. 주인은 주권자인 국민들이다. 올해 촛불시위는 정치의 주인공이 대통령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아니고 국민들이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는 전국적 투표로 뽑는 대통령, 253개 지역으로 나뉘어 뽑는 국회의원과 정당비례로 뽑는 47명의 전국구 국회의원에게 위임됐다. 애초 200여명 내외로 예상되던 대통령 탄핵소추 지지 의원수가 234명으로 늘어난 것은 지역구 여론 눈치를 보던 국회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지역 유권자들 덕분에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역사적 결정이 가능했던 것이다. 서구 민주국가에서는 자명한 이치로 여겨지는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다(All politics is local)”라는 말에서 한국도 예외일 수 없는 것이다.

2016년이 탄핵정치의 해였다면, 2017년은 대선의 해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든 되지 않던, 국민적 관심사는 차기 대통령으로 쏠릴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지난 대선보다 훨씬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주권을 행사할 것이다. 투표율도 높아질 것이고, 후보자의 자질이나 공약 검증도 세밀해 질 것이다. 거의 모든 신문과 방송이 대통령 선거뉴스에 몰두할 것이다.

향후 대선정국에서 지역신문에게도 중요한 역할이 있다. 비록 전국적인 선거라 하더라도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사람들임을 지역언론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후보자 유세나 공약을 베껴주는 시대착오적 지역언론이 아니라, 후보자들에게 지역 유권자의 요구와 소망을 전달하는 지역언론이 돼야 한다. 선거의 주인공이 후보자가 아니라 유권자인 것처럼, 선거보도의 주인공도 후보자가 아닌 유권자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2017년은 지역신문에게 무척 바쁘고 유익한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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