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는 부피가 매우 큰 돌을 이르는 말이다. 돌을 석(石)으로 쓴다면 바위는 암(巖)으로 쓴다. 모래를 가리키는 사(沙)나 사(砂), 자갈을 가리키는 력(礫)도 있으니 돌의 크기에 따라 달리 부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위는 대부분이 생긴 형태를 따라 이름이 붙는다. 예를 들어 코끼리바위는 코끼리를 닮아서 생긴 이름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코끼리가 일반적 상식으로 인식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이전에는 글에서나 알 수 있었을 뿐이고 꼬끼리바위 이전에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제는 상암(象岩)이라는 한자 이름까지 가지고 있으니 완전한 지명으로 정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조사된 소지명 가운데 용인 관내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바위 이름은 병풍바위와 농바위, 행성바위 등이다. 병풍바위는 바위 모양이 병풍을 펼친 듯이 둘러 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인데 처인구 포곡읍 금어리와 신원리·전대리, 모현면 초부리, 원삼면 문촌리와 백암면 가창리, 이동면 시미리, 남사면 완장리 등에 있는데 일부는 평풍바위로 불리기도 한다.

농바위는 바위 모양이 장롱을 닮아서 생긴 이름이다. 포곡읍 삼계리와 모현면 갈담리, 이동면 묵리와 서리, 남사면 아곡리와 유림동·동부동, 수지구 고기동 등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행성바위는 바위 모양이 행성, 즉 상여를 닮았다고 해서 부르는 이름이다. 모현면 초부리와 포곡읍 신원리, 원삼면 맹리와 사암리·좌항리 등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삼면 맹리에 있는 수정산에는 소바위와 멍석바위, 공기바위, 그리고 위의 행성바위라는 이름이 있고 삼가동 부아산에는 거북이를 닮은 거북바위가 유명하다. 원삼면 학일리 고초골에는 갓바위가 있는데 누가 봐도 갓바위라는 이름을 붙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삿갓을 닮았다. 모현면 일산리 월촌마을에 있는 두꺼비바위는 마을 안에 있는데 고인돌의 뚜껑돌(蓋石)이다. 위에 성혈(性穴)이 여러 개 파여 있는데 비닐하우스를 지으면서 가까운 주택으로 옮겨 놓았다. 두꺼비바위나 두껍바위는 상당히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민간설화와 결부되는 경우도 많다.

두꺼비바위처럼 짐승 이름이 붙은 것을 들어보면 거북바위와 부엉이바위, 여수바위, 닭바위, 너구리바위, 구구리바위, 뱀바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부엉이바위나 여수바위, 너구리바위는 모양 때문이 아니라 너구리나 부엉이, 여우 등이 살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밖에도 멍석바위와 삿갓바위, 가마바위와 다락바위, 낣적바위와 더덕바위, 맷돌바위, 벽장바위, 치마바위, 독바위, 너러바위, 방갓바위, 갓모바위, 꼭두바위, 끙끙바위, 덤바위, 장수바위, 쪽도리바위, 구들바위, 봉바위, 수성바위, 칠성바위, 는바위, 중반바위, 촛대바위 등 수많은 바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밖에 조사되지 않은 바위를 감안한다면 더 많은 바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지지자료>에서 찾을 수 있는 바위를 보면 너른바위(廣岩)나 백마바위(白馬岩), 책바위(冊岩)나 병풍바위(屛岩) 등의 표기가 보인다. 모두 뜻을 따 옮긴 것임을 알 수 있는데, 대부분의 바위들을 한자로 표기한다면 비슷한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맨 처음 연재를 시작하면서 자동차바위를 설명한 적이 있다. 자동차바위는 자동차가 이 땅에 들어온 이후 생긴 이름이 분명하다. 반대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본 딴 바위이름은 앞으로 없을 것이 틀림없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속담이 빨래집게 놓고 A자도 모른다는 속담으로 바뀌었다는 우스개처럼 지명에도 그런 변화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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