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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등곡물도 그림의 떡농가부채로 입도차압 곡가는 떨어지고 채귀만 발호
용인에 파산자 속출
  • 정양화(향토사학자)
  • 승인 2016.12.1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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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군 지방에서는 근년에 보기드믄 대풍이라고 하는데 집 한 칸 의지하지 못하고 파산되는 자가 예년에 비해 훨씬 많다고 하는데, 내용인 즉 재작년부터 계속된 흉년으로 계속돼 온 농채와 농사지으며 사용된 금비(金肥), 즉 비료 값으로 인해 각 방면의 채귀들은 독촉이 성화같으므로 또다시 연기할 여유도 없이 입도차압이 대유행되므로 피땀 흘려 농사지은 것이 모두 허사로 돌아갈 뿐 아니라 곡가도 여지없이 폭락해 백미 한 섬이면 평년의 정조(正租) 한 섬의 대가가 못됨으로 농부들은 손도 대어보지 못하고 당장의 호구지책은 어찌 못하고 생활의 길을 찾아 도로에 방황할 뿐이라는데 참으로 일반농가의 형편을 보아서는 눈물을 금치 못할 형편이라고 한다.’

위는 1930년 기사이니 80년도 훨씬 더 된 기록이다. 비록 내용은 옛날체로 돼 있고 지금은 다소 생소한 단어들이 눈에 띠지만 당사의 참상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농채(農債)는 농가부채라는 뜻이고 채귀(債鬼)는 지독하게 졸라대는 빚쟁이를 미워해 일컫는 말이다. 오죽이나 괴롭혔으면 귀신을 뜻하는 글자를 가져다 썼을까. 아마도 채귀의 귀신은 착한 귀신이 아니라 아귀같은 귀신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리라.

예전엔 소작농도 많았고 지주나 마름, 타작관 같은 용어가 사용되던 시대이다. 지금으로 치면 마름은 중간관리인이고 타작관은 타작할 때 지주를 대신해 내려오는 감독관이다. 지독한 타작관은 쭉정이까지 절반을 나눠서 갔다고 하니 수확의 기쁨보다 내년 농사가 더 걱정되었으리라. 소작을 부치고 떼이고 하는 것도 마름의 말 한마디에 있었으니 그야말로 갑중의 갑이었다고 한다.

정조(正租)는 껍질을 벗기지 않은 벼를 가리키는 말로 멍석에 널어 말리는 겉벼를 말한다. 방아를 찧으면 당연히 왕겨와 쌀겨 등이 떨어져나가고 양이 줄어드는데 이를 백미라고 한다. 흰 쌀 한 섬이 겉벼 한 섬 값밖에 안 된다는 말이니 그만큼 값이 떨어졌다는 말이다. 쌀이 남아돌아서 걱정이고 해마다 풍년 드는 것도 오히려 부담이 되는 오늘날 농부들이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쌀값 문제는 비싸도 걱정, 싸도 걱정, 풍년이 들어도, 흉년이 들어도 걱정이다. 중국 요임금이나 순임금이 다시 온다 해도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양화(향토사학자)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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