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의 오페라 중에 3번째 작품인 나부코는 원래 나부코 돈오소르(Nabucco donosor)라는 제목으로 불리다가 1844년 코스페(Corfú) 공연 이후 나부코로 쓰이게 됐다. 대본 중에 <노예의 합창> 부분을 읽으면서 현재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과 대비해 볼 때 민족적인 오페라로 재창조될 수 있음을 직감한다. 이탈리아는 중세 이후 로마 교황과 유럽의 여러 강대국들(특히 오스트리아)의 간섭으로 많은 군소 국가들로 분열돼 상호 분쟁을 계속 하다가 1861년에 와서야 통일을 이룩한 나라다.

당시 한창 진행 중이던 통일을 위한 이탈리아 내부의 전쟁 속에서 이탈리아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이 바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었다. 통일국가 건설 이후 이탈리아 국가로 쓰이도록 추천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렇듯 이 오페라의 성공 역시 정치적인 목적과 함께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고, 당시 개인적인 파산 상태의 작곡가를 구해준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홈페이지 캡처

총 4막 오페라
작곡자 : 주세페 메르디(1813~1901)
대본 : 테미스토클레 솔레라(1817~1878)
초연 : 이탈리아 밀라노 스칼라극장 1842년 3월 9일
초연 가수: Giuseppe Strepponi(아비가일레), Belinzaghi(페네나), Miraglia(이스마엘), Giorgio Ronconi(나부코돈오소르), Prosper Derivis (자카리아)
등장인물 : 나부코돈오소르(바리톤), 이스마엘(테너), 자카리아(베이스), 아비가일레(소프라노), 페네나(소프라노), 압달로(테너), 안나(소프라노)

줄거리 : 이야기는 바빌론의 예루살렘에서 시작된다
◇1막= 나부코가 이끄는 바빌로니아 군대에 유대인들은 패전한다. 유대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갖도록 대제사장인 자카리아는 적군 왕의 딸 페네나를 포로로 잡아 놓고 있는 사실을 밝힌다. 하지만 페네나는 이스라엘왕의 조카인 유대인 이스마엘과 사랑에 빠진다. 이스마엘이 페네나와 함께 도주하려는 순간에 또 다른 딸 아비가일레(그녀 또한 이스마엘을 사랑하고 있다)와 나부코가 도착한다. 자카리아는 나부코에게 저항하며 페네나를 죽이려고 하지만 이스마엘의 만류로 무산된다. 이에 유대인들은 이스마엘을 조국을 배반한 인물로 저주한다.

◇2막= 방안에 혼자 남은 아비가일레는 자신이 노예였다는 사실을 서류(나부코의 서명이 있다)를 통해 알게 된다. 나부코가 페네나에게 왕좌를 물려주었다는 소식과 함께 그녀가 모든 이스라엘 포로들을 석방하라고 명령한 소식까지 들려오자 아비가일레는 기필코 왕위를 되찾을 것을 다짐한다. 아비가일레는 나부코가 죽었다는 허위정보를 이용해 목표를 이루려 했지만 그 직전에 나부코왕이 돌아온다. 나부코왕은 유대인들의 전율에도 자카리아와 히브리인들의 목숨을 위협하면서 자신을 신으로 공포한다. 곧이어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을 맞아 나부코가 쓰러지고 왕관이 땅에 떨어진다. 그리고 곧 실성한다.

◇3막= 드디어 아비가일레는 나부코에게서 왕관을 가로챈 후 왕에 등극한다. 왕좌에 앉은 그녀에게 제관 한사람이 유대인 포로들의 처형에 서명을 요구하자를 초라한 겉옷만 걸친 나부코에게 최종 결정에 싸인할 것을 요구한다. 거절하던 나부코가 싸인하려고 하지만 그의 딸 페네나의 목숨을 걱정한다. 페네나 역시 유대교로 개종한 까닭에 처형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나부코는 아비가일레는 단지 노예일 뿐이라고 말하자 그녀는 품고 있던 노예계약서를 찢어버리고, 나부코는 새로운 여왕의 편이 돼버린 근위병들에게 체포당한다. 유프라테스강기슭에서 순교를 기다리던 유대인들은 나라를 잃은 슬픔에 <노예의 합창>을 부른다.

◇4막= 나부코는 신에게 그동안의 죄를 뉘우치고 도움의 기도를 한 후 다시 빼앗긴 왕위를 되찾기 위해서 아시리인들과 손을 잡고 바빌론으로 향한다. 그는 처형되기 직전 자신의 딸 페네나를 구하고 아비가일레는 자살한다. 그녀는 죽기 전 페네나에게 용서를 구하고 영원한 사랑 이스마엘과 결혼할 수 있도록 왕에게 간청하고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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