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주말 밤을 밝혔던 촛불의 힘은 생각보다 컸다. 작은 양초에 불빛 하나는 약한 불빛일 뿐이지만 수백만 개 촛불은 어둠을 밝히기에 충분하다. 촛불은 전기 조명이 개발되기 이전 어둠을 밝히는 조명으로 사용됐으나 지금은 상징적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기름이나 고체 연료가 심지를 타고 올라가면서 계속 연소되는데 액체 형태의 연료보다 고체 형태가 운반과 보관이 용이해서 촛불은 일찍부터 많이 사용됐다.

촛불은 조명 도구뿐 아니라 우리 몸의 질환을 관찰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질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신체 내부를 직접 관찰하는 도구 중 하나가 촛불이었다. 우리 몸 내부에는 빛이 없기에 내부 공간을 봐도 깜깜한 밤하늘 같아서 아무것도 관찰할 수 없으니 촛불의 불빛을 이용해 몸 내부를 관찰하려는 시도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병변을 직접 보고 관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살펴볼 수 없었던 내부 장기의 질병은 간접적인 방식을 사용했다. 고대 중국 한방에서는 눈, 혀, 피부 등의 색깔 변화 등을 관찰해 추정했는데 이를 망진이라고 표현했다. 보는 것으로 부족할 경우 듣거나 만져보는 방식을 활용했는데 중국 춘추전국시대 명의로 유명했던 편작은 기연을 얻어 사물을 투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자세한 관찰이 그 만큼 중요하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간접적 소견은 실제 질병의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서 그 한계나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10세기경 이슬람 의사인 이브시나는 태양이나 촛불의 빛을 거울에 반사시켜 몸 안쪽을 비출 경우 인체 내부 관찰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태양광이나 희미한 촛불로 인체 내부를 보기엔 너무 어려웠고 수백 년 간 코나 귀, 목 안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사용될 뿐이었다.

1805년 독일의 필립 보치니는 오늘날 내시경의 원시적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빛 전도관’이라는 장비를 개발했다. 빛 전도관은 촛불의 불빛을 거울에 반사시켜 작은 관에 집중적으로 투과하게 해 몸 속 내부공간을 밝혀주고 렌즈로 확대해 관찰할 수 있는 기구였다. 보치니의 빛 전도관은 후에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 개량해서 오늘날 내시경 장비로 발전하게 됐는데 기본적인 개념은 보치니의 설계와 유사하다.

보치니 내시경의 가장 큰 문제점은 촛불이었다. 촛불은 화상과 화재 위험성이 있었고 연기로 시야를 방해하며 꺼지기도 하는 등 불충분한 조명으로 어려움이 컸다. 과학자들이 촛불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계속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20세기에 에디슨이 전등을 개발하면서 내시경의 광원 문제는 획기적으로 바뀌게 됐다. 이제는 꺼지지 않는 불빛을 이용해 인체 내부를 환하게 밝혀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됐고, 많은 사람들이 내시경 검사를 통해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다. 이 모든 것은 어둠을 밝히기 위해 사용됐던 촛불 한 자루에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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