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악마

악마(devil)는 언제나 유혹을 통해 인간과 거래를 한다. 그는 단지 유혹할 뿐이고 실제로 죄를 짓는 것은 우리들이지만, 악마의 유혹은 달콤하기만 하다.14에서는 천사가 나타나서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 근면하게 살면 영광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했지만 악마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악마는 영광의 길이 지금 여기 있고, 너는 아주 작은 대가만을 치르면 된다고 한다. 거기엔 반드시 속임수가 있지만, 우리는 그러한 달콤한 속임수에 잘 넘어가 인생의 참 의미를 잃어버리기 쉽다.15는 1+5=6이 되는 숫자로, 나의 계산으로 경쟁의 장소에서 도전해 안정적 관계를 이뤄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계약의 의미를 지닌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상대가 가지고 있는 것을 만족스럽게 거래함을 약속하는 것이다.

사실 15번 악마 카드가 나오면 모든 계약이 이뤄지는 상태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을 좋다든지 나쁘다든지 결정 내릴 수는 없다. 매매가 이뤄지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되지만 그것이 과연 끝까지 좋은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여간 악마는 코앞에 당면한 이익만을 보도록 해 두려움이 많거나 작은 이익에 연연하는 사람은 반드시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게 된다.

현대사회는 진실이나 마음보다 합리적 약속에 근거한 사회라서 설사 권모술수가 있더라도 신용을 중요시하기에 일단 계약을 하면 그것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해 놓았다. 악마는 지배자가 된다. 사람들의 약점을 너무 잘 안다. 자신은 그저 너희를 위해 희생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희생자는 우리가 된다. 정치인과 기업인,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합리적 약속으로 그 자리에 있지만 정말 우리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기 위해 그곳에 있는지, 또는 세 받는 사람들이 계약을 통해 합리적인 거래라고 말하지만 정말 그것이 진짜 선한 일인지 알 길이 없다.

현대사회에서 악마는 환영받는다. 이제 카드에서 15번 악마 카드가 나오면 계약이 이뤄진다고 다들 좋아한다. 악마가 빼앗는 것은 딱 한 가지다. 지혜를 키우기 위해 있는 우리의 시간을 빼앗아 영혼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그저 맨몸으로 바쁘게 일하며, 왜 태어났는지 혹은 세상이 무슨 의미를 주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나이만 먹어간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직장을 다니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좋은 먹거리와 집을 얻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아무 문제도 없이 좋게 사는 것. 이것이 악마가 우리에게 주는 맛 좋은 유혹이지만, 과연 세상이 그런 것만 느끼고 살면 끝나는 것일까? 정말 그 좋은 계약들이 사실은 진짜 중요한 것을 다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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