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이 모인 지난달 19일 대통령 하야 촉구 광화문 집회서 애국가를 부른 전인권이라는 가수가 한 라디오 방송과 가진 인터뷰가 세간에 관심이다.

10여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동안 진행자는 이래저래 질문을 던졌지만 전 씨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 셌다. 전날 일정 때문에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아 그렇다고 설명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화는 더 불안해 졌다. 결국 예정된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인터뷰는 끝났고 급기야 진행자 스스로 ‘방송사고급’이라고 할 만큼 엉망이었다.

내용전달이 사실상 불가능하자 인터넷에는 인터뷰 ‘전문 해석본’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 해석본에도 전 씨가 한말은 ‘어어 어어 어어어’가 전부다.

가수 전인권은 그날 분명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청취자 대부분이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부정확한 발음의 인터뷰는 ‘방송사고’라 해도 할 말이 없다.

근데, 사람들은 전 씨의 인터뷰에 많은 공감을 했다. 말은 어눌했지만 진정성은 충분히 느꼈다는 것이다. 진심을 전달하는데 복잡한 방정식은 불필요하다는 것 선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수백번 애국가를 불렀지만 100만이 함께 불렀던 그 순간만큼 가슴 뭉클한 적이 없었다는 다수 감정의 연장일 것이다.

민선 6기 정찬민 시장의 ‘구호행정’이 올해 용인시 행정사무감사에서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포장에 비해 그럴듯한 알맹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민선 6기 행정부는 취임 당시 시정방침으로 내건 ‘사람들의 용인’을 시작으로 최근 ‘엄마특별시 용인’에 이르기까지 임기 내내 다양한 문구를 내 걸었다. 급기야 지난 10월 시청사 입구에는 ‘대통령처럼 모시겠습니다’란 문구가 적힌 조형물을 세웠다 여론 악화에 ‘시민이 용인시장입니다’로 교체했지만 시민들의 목소리에 담긴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 듯 오히려 또 하나의 구호만 추가시켰다. 

‘사람들의 용인’도 좋고, ‘엄마특별시 용인’도 좋다. ‘시민이 용인시장’이란 철학도 참 맘에 들며, ‘대통령처럼 모시겠다’는 취지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럼에도 ‘구호행정’이란 지적을 받는 이유는 진정성을 느끼기에는 무언가 부족해서가 아닐까.

민선 6기 시정구호가 일부 사람만의 의견이 모아진 것이는 소문도 들린다.  시민들의 공감을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상황을 보면 그렇지도 못한 것 같다. 진정성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는 이유는 아닐까.

사공이 많은 배는 결국 산으로 올라간다. 반대로 사공이 부족한 배는 좌초할 수밖에 없다. 넘치는 구호는 시 행정을 산으로 가게 만들며, 부족한 주민 여론 수렴 과정은 산으로 가는 배가 좌초기로 접에 들게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구호는 어떤 일을 하겠다는 의지 표현일 수 있지만 계몽과 의식화 수단이란 이면의 뜻도 담겨져 있다. 의지 표현과 의식화 수단의 분류 기준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실천을 얼마나 하느냐다. 실천이 따르지 않은 구호는 특정 색깔이나 용어 반복 노출로 대상을 의식화 시키는 수단일 수밖에 없다.  

다시 가수 전인권씨의 인터뷰 이야기. 전씨는 100만명이 모인 집회 장소에서 애국가를 부른 이유에 ‘어 어 어 (잘 알아듣기 힘들 정도의 어눌한 목소리로)꼭 부르고 싶었다’고 답했다.

임기가 1년여 남은 민선 6기 정찬민호가 그 많은 구호를 통해 꼭 하고 싶었던 말 역시 이 대답과 비슷하지 않을까.

‘사람들의 용인을 위해, 엄마특별시 용인을 위해, 시민을 용인시장으로 모시기 위해 더 잘하고 싶다’

권가(勸歌), 어떤 것을 권하기 위해 부르는 노래다. 익히 알고 있는 남구만의 권농가도, 지역 곳곳에서 들을 수 있는 권주가도 여기에 해당된다. 민선 6기 용인시가 만든 구호를 100만 시민이 함께 부를 수 있는 ‘권가’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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