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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과 한국경제
  • 김상국(경희대학교 교수)
  • 승인 2016.11.22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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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어떤 이들은 트럼프가 당선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에게 트럼프 당선은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무슨 일이 있을 때 가장 민감하게 반영되는 곳은 명동의 사채시장이라고 한다. 이것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도 선거판의 승자를 가장 미리 짐작하는 곳은 맨하탄의 월가다. 그런데 이번에는 월가에서도 95대5로 힐러리의 승리를 예측했다고 한다. 원숭이도 때로는 나무에서 떨어지는가 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 이후 다우지수가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는 것을 보면 미국의 경제 이익을 최우선하겠다는 트럼프 공약이 시장에서 단기적으로는 호의적 반응을 얻는 것 같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은 왠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미국의 선거제도는 단 한 표라도 더 얻은 승자에게 그 주의 모든 표를 주는 제도다. 전체 표는 힐러리가 많은데도 트럼프가 당선된 것은 선거인단 수가 많은 주에서 힐러리가 적은 표 차이로 트럼프에게 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해 가지 않은 것은 미국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유색인종, 히스패닉에 대한 비하 발언과 특히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을 그렇게 자주 한 사람이 당선됐다는 사실이다. 사실 미국에서 인종 문제와 성차별 관련 발언은 대단히 큰 금기 사항이다.

그러나 그것을 밥 먹듯이 깔아뭉갠 트럼프가 당선이 된 데는 세 가지 큰 이유가 있다. 첫째, 미국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백인들의 구겨진 자존심을 살려줬다는 점이다. 불과 몇 십 년전까지만 해도 흑인과 백인은 엄격한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흑인 출신이 대통령이 돼 자기에게 명령을 하게 됐다. 표현은 안했지만 자존심이 매우 상했다. 이렇게 되면 다음에는 히스패닉 대통령이나 아시아계 대통령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데 여성 대통령까지? “안되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둘째는 미국 경제의 하락이다. 우리 속담에도 ‘코 밑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코 밑에 있는 것은 바로 입이다. 입에 들어갈 먹을 것이 많으면 즉, 경제가 좋으면 국가 인심도 좋아진다. 그러나 지금 미국 경제는 좋지 않다. 미국 산업의 대표는 자동차 산업이다. 그러나 그것을 일본이 가져갔다. 가전제품, 철강, 조선산업도 한국 또는 중국이 가져갔다. 과거 가장 영광스러운 도시였던 디트로이트는 이제 녹이 슨 도시 즉 ‘러스트 벨트’가 돼버렸다. 일자리도 없고 자존심도 매우 상했다. 그런데 트럼프가 그것을 되살려 놓겠다고 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내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야.”라고 마음속으로 환호를 보냈고 비밀이 완벽히 보장되는 투표소에서 그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세 번째 이유 바로 유색인종과 히스패닉계의 낮은 투표 참여율이었다. 아무리 불만을 느끼는 백인들이 트럼프에게 투표했을 지라도 30% 가까이 되는 유색인종과 히스패닉계가 열심히 투표에 참여했다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과거 흰 고무신에 투표권을 팔아먹고, 정책분석 대신 지방색에 따라 투표하며 아무 생각 없이 투표일에 놀러가는 사이에 품질 낮은 정치꾼들이 권력을 잡은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미국의 백인 이외 사람들은 앞으로 우리나라처럼 큰 값을 치를 것이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면 이제 트럼프와 경제 얘기를 해보자. 필자 그렇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첫째, 미국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처럼 정책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요구 사항이 더 강해질 수 있겠지만 경제적·군사적으로 우리나라처럼 큰 변화는 없다. 이것은 미국의 정치 수준이 그만큼 높다는 말도 된다. 둘째는 미국 상품의 경쟁력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자동차, 가전제품과 같이 우리가 많이 구입하는 상품은 지금도 이미 무관세다. 그러나 미국산보다 우리나라 또는 일본과 독일 상품이 훨씬 더 많이 팔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상품의 경쟁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미국 상품은 이미 우리시장을 충분히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걱정되는 점이 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대응 능력과 자세다. 미국의 요구가 있을 때 대차게 정당성을 따져 받아드릴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지레 겁을 먹고’ 미국의 요구를 그냥 받아드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그것이 오히려 더 걱정이다.

김상국(경희대학교 교수)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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