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는 시드머니와 시드머리라는 땅이름이 있다. 시드머니들은 처인구 포곡읍 신원리에 있고, 시드머니골들은 포곡읍 유운리에 있다. 포곡읍 전대리에서 57번 지방도를 따라 신원리 방향으로 가면 유실마을 신일교회 앞에서 오른쪽으로 용인레스피아 정문 앞에 있는 들이 시드머니골들[坪]이고, 직진해 유실마을 앞에 있는 들이 시드머니들이다. 시드머니나 시드머리나 처음 듣는 사람들은 어떤 것을 나타내는 지명인지 가늠하기 어려운데 마을 사람들도 정확한 유래를 잘 알지 못한다.
시드머니는 시그머니나 시그머리, 또는 시드머리로 발음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발음만 다를 뿐 같은 지명이다. 또 시드머리는 시드머리 앞에 있는 들로 보이는데 비슷한 지명으로 시드물이 있다.
시드머리는 ‘시드+머리’로 풀어볼 수 있다. 머리는 그동안 여러 차례 언급했던 것처럼 능선 끝부분을 나타낸다. 말머리(馬頭)나 비머리(碑頭)가 그렇고, 동산머리나 청룡머리, 용머리 등등 용인 내에도 적지 않은 ‘-머리’가 들어가는 지명들이 남아 있다.
앞의 ‘시드-’는 싣의 연철형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밑(아래)을 나타내는 고어이다. 다시 말해서 아래를 나타내는 싣이 싣>식>시그로 변화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밑싣개라는 말이 있다. 밑씻개와 발음이 같아 혼동하기 쉬운데 밑씻개가 화장실의 화장지라면 밑싣개는 두 발을 디디거나 앉을 수 있게 그넷줄의 맨 아래에 걸쳐 있는 것을 말한다. 그네를 탈 때 발로 밟는 발판을 가리키는 것이다.
밑싣개는 믿싣가이>밑싣개]>믿싣개>밑싣개로 변화된 것으로 밑(꽁무니)를 뜻하는 단어 세 개가 모여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즉 ‘밑’과 ‘싣’과 ‘개’가 모두 밑을 뜻하는 단어로 뜻은 같지만 발음이 다른 말 세 개가 모여 생긴 단어인 것이다. 이를 시드머리에 가져다 붙이면 시드머리는 밑머리가 된다. 즉 산 능선 줄기의 끝을 가리키는 표현인 것이다.

비슷한 이름으로 시드물이 있다. 시드물은 뒤에 ‘-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샘이나 방죽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연못 이름이 시드물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드물은 산 능선 줄기의 끝머리에 붙는다.

시드물은 위의 시드머리와 달리 앞부분의 ‘싣’은 시드로 연철된 반면 뒤의 머리는 머리>몰>물로 바뀐 것이다. 결국 시드머리와 시드물은 같은 이름이 된다. 그런데 시드물은 전국에 여기저기 많이 나타나는 지명인 반면, 시드머리는 그 예가 매우 적은 것 같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용인의 시드머리인 것이다.

또 비슷한 지명으로 싣우물이 있는데 시두물로 불리기도 한다. 시두물은 싣나무가 있는 우물이라는 뜻인데, 싣나무는 단풍나무를 나타내는 옛말이다. 단풍나무를 뜻하는 우리말 싯나모가 싯나모>신나모>신나무로 변화된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신나무와 단풍나무, 고로쇠나무는 분류학상 엄연히 다른 나무라고 한다. 신나무가 단풍나무가 된 것은 <훈몽자회>에 풍(楓)자를 ‘싣나모 풍’으로 표기한 이후부터 인듯하다. 지금도 자전을 찾아보면 풍(楓)은 단풍나무나 신나무를 뜻하는 글자로 나와 있다.

‘싣-’이나 ‘시-’가 들어가는 지명이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는 지형과 유래, 어원을 상세히 살펴 가장 가능성이 큰 유래를 찾아야 한다. 땅이름의 뿌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기존의 한자 지명을 그대로 풀이하고 이를 고집하는 사람들과 대면해야 하기 때문인데 이 또한 기득권을 깨는 일로 비춰질지 모른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