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눈에 띄게 인문타로 강의 요청이 늘었는데, 이 카드를 설명할 때면 몇 년전 내 경험을 얘기하게 된다. 그날은 팔순을 맞은 큰 고모님의 생신잔치에 참석하고 모처럼 댁에 가서 친척들에게 타로카드를 활용해서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시던 그날 주인공 고모님이 “나도 좀 해봐야겠다” 하셔서 “고모님은 어떤 분일까요?” 하고 뽑은 카드였다. 나는 이 그림을 보여드리며 “고모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네요! 이 날개 보이시죠?” “어디, 어디?” (웃음) 

“지금까지 남편도 없이 다섯 남매 키우고 결혼시키고 돌보느라 희생하며 살아오셨군요. 그런데 주변에서는 천사인지 그 공로를 잘 몰라주고, 본인은 천사임에도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이렇게 땅에 계시는군요.” 여장부이신 큰 고모님이 호탕하게 웃으시며 “야가 뭐하나 했더니 이런 희한한 물건으로 사람을 알아주고 시원하게 해주는구나” 하시며, “애들아 들었지? 내가 천사라고.”를 반복하셨다. 사실 고생하며 억척스럽게 사느라 형성된 불같은 성격에 자식들에게 천사라는 이미지와 사뭇 거리감이 있었던 고모님. 팔순 생일날 자신의 인생을 타로 카드 한 장으로 의미 지으며 만족스런 선물을 받은 느낌으로 뭉클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던 기억은 지금도 날 흐뭇하게 한다.

절제(Temperance)는 도덕적・종교적 신념에 따른 금주의 의미가 있다. 어원인 템페라레(temperare)에서 나왔는데, 포도주에 물을 타는 것과 회화에서 물감을 이겨서 화구로 만들기 위해 고착제를 섞는 것을 말한다.

수비학에서 14는 1(내가)+ 4(노력해서)=5(경쟁한다)라는 의미인데, 14라는 숫자를 보면 다이어트에 성공하고자 하거나 금주에 도전하는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절제카드는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천사로 그려져 있다. 자기가 마실 술을 희석시키는 것이 아니라 희석시킨 술을 누군가에게 주려고 하는 모양으로 잔소리 많은 어머니 모습과 비슷하다.
천사는 말이 많다. 절제카드를 뽑은 사람들은 남들을 위해서 늘 봉사하고 노력하며 천사처럼 사람들을 대해주지만, 주위 사람은 그 공덕을 별로 인정해 주지 않게 된다. 그래서 “참 억울하시겠어요!” 라고 말해주면, 대부분이 공감하며 자신이 얼마나 억울한 천사인지 한참 이야기한다.

자신은 다이어트 못하면서 남들에게는 살 빼라고 하고, 공부 안하면서 자식은 엄청 공부 잘하기를 바라고, 남 이야기는 많이 하면서 자신은 반성하지 않는 천사 같은 사람들. 물론 천사의 말을 듣고 실천하면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술, 담배 끊고 절식하며 운동과 공부를 게으르게 하지 않고 몸과 정신이 튼튼하고 똑똑하다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완벽한 인간이 되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 남들과 다른 나만의 개성은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개성은 남보다 우월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냥 싫고 좋음을 스스로 말할 수 있을 때, 남과 다른 나만의 개성이 생긴다. 하지만 천사는 절제를 통해 자신의 싫고 좋음을 버리라고 요구한다. 그래서 천사보다는 악마를 좋아할 수밖에 없고, 15에서는 악마의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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