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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패가산(蕩敗家産)
  • 정양화(향토사학자)
  • 승인 2016.11.1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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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패는 탕진과 같은 말이다. 차이가 있다면 지금은 잘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산은 말 그대로 집안의 재산이니 탕패가산은 탕진가산이 된다. 즉 ‘집안의 모든 재산을 탕진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패가망신과 뜻이 거의 같다고도 볼 수 있다. 기사는 황성신문에 난 광고 가운데 하나인데 나란히 4개의 광고가 실려 있다. 잇달아 있는 연산, 용인, 대구, 문화 네 개의 광고 가운데 세 개가 모두 내용이 비슷하다.

용인의 광고는 김원선이 낸 것인데 ‘동생 원규가 부동패빈(附同悖頻)하고 탕패가산하여 이번에 또 4~5촌의 전답과 종답(宗畓), 일가전답을 위조문권으로 방매한다하니 내외국인은 사기를 당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부동은 부화뇌동(附和雷同)의 준말로 우레 소리에 맞춰 함께 한다는 말처럼 뚜렷한 자기 소신 없이 그저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간다는 말이다. 패빈은 여러 번 잘못됐다는 뜻이니 탕진과도 뜻이 통한다 하겠다.

문화는 황해도 신천군 문화면을 가리키고, 연산은 충난 논산시 연산면을 가리키는데 광고 당시는 구한국시대로 1914년 일제에 의해 행정구역 개편 이전의 지명들이다. 문화는 문화 유씨의 관향(貫鄕)이고 연산은 논산에 통합됐지만 모두 군이나 현을 이루고 있던 고을들이다.

‘양자를 들였더니 한 달도 못되어 부덕하여 파양했더니 이웃 은진사람과 위조 논문서로 사기를 치려하니 속지 말라’는 광고도 있고, ‘사촌형이 부랑하여 경향각지를 돌며 빚을 얻어 함부로 쓰며 장차 본인이 회피하고자 하니 조심하라’는 내용도 있다. 말미에 내외국인을 거론하고 있는데 일본인과 중국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개항 이후 일본인과 중국인이 들어와 장사도 하고 땅도 사는 경우가 늘어나는데 광고에 실린 글자 하나로 당시 사회의 일면을 보는 것 같다.

당시에는 이와 같은 유형의 광고가 거의 매일 보이고 있는데 토지사기단의 원조쯤 되지 않을까 한다. 모르긴 해도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조차 사기를 당할 지경이니 본인이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것이 위와 같은 자들에게 피해를 보지 않는 길이 아닐까 한다.

정양화(향토사학자)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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