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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이젠 도시재생이다/ 낡은 근대건축물의 재생 골목투어로 이어지다(하)

도시 쇠퇴를 겪으며 20여년 만에 인구가 3분의1로 감소한 곳이 대구 중구다. 그러나 많은 지자체와 단체가 도시재생이나 도심디자인, 지역자원을 활용한 관광활성화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중구를 다녀간다. 인구 8만의 도시 중구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구 중구에는 도시와 사람 사이에 상생이 공존하는 오래된 세월이 길 따라 골목 따라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중구는 대구의 변천사를 그대로 안고 있는 원도심이다. 근대 들어서는 서상돈이 중심이 돼 기울어져 가는 국권을 되찾으려는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곳이었다. ‘동무생각’의 작곡가 박태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 이상화 등과 같은 근대 역사 인물들도 많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중구는 대구의 변천사를 그대로 안고 있는 원도심이다. 중구는 도심 재생과 공공디자인을 통한 역사문화도시를 지향하면서 근대골목을 기반으로 한 근대골목투어를 만들어냈다.

도심 빌딩 사이에 느리게 산책하듯 걸어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선현들 삶의 흔적을 만나게 된다. 동산선교사주택, 3·1만세운동길, 계산성당, 이상화·서상돈 고택, 약령시, 진골목 등으로 이어지는 근대골목은 근대 역사와 문화의 보고이기도 하다. 중구를 ‘지붕없는 박물관’이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는 대구 근대골목투어의 배경에는 근대건축물이라는 풍부한 지역자원이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대구 근대골목의 가치를 발견한 지역주민과 중구청의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사업에서 찾을 수 있다. 민·관이 힘을 모아 쇠퇴하는 원도심 활성화에 기여한 대표적인 사업인 것이다.

김광석길에서 버스킹이 수시로 진행된다.

기반·인력양성·프로그램 동반 성장

중구는 2006년 민선 4기가 시작되면서 대도시 중심구의 공동과제인 도심 공동화 극복 방향을 재개발·재건축 중심에서 ‘도심재생·공공디자인’을 통한 역사문화도시로 전환했다. 현재와 같은 근대골목을 기반으로 한 근대골목투어는 원형이 잘 보존된 근대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 재생하는데서 시작됐다. 여기에 이야기(스토리)로 옷을 입혔다.

도심재생을 개발 방향으로 설정하고 내리 3선을 한 윤순영 중구청장은 “대구의 근대골목투어 배경을 하드웨어와 휴먼웨어, 소프트웨어의 동반 성장”에서 찾았다. 2007년부터 2009년 공공디자인개선사업을 추진한 중구청은 2009년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종로·진골목 디자인개선사업을 3년 계획으로 추진했다. 이 때 진행된 사업이 방천시장 문전성시사업과 지역예술인들이 시작한 김광석 다시 그리기길 추진이었다.

근대골목길에서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주민해설사의 집이 곳곳에 있다.

2013년부터는 읍성상징거리, 순종황제 어가길, 남산향수 100년길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토롤리형 순환버스 ‘청라’를 운행하고 있다. 2007년부터 9년째 공공조형물, 벽화, 상가 간판, 안내 사인을 지속적으로 설치·교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구청은 인력 양성과 사업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골목문화해설사를 양성했다. 최근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수화로 해설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해설사도 양성하고 있다. 도시재생과 골목투어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 도시대학과 역사문화아카데미를 운영한다. 민간을 중심으로 도심재생문화포럼이 만들어지고 에코키즈봉사단과 블로거기자단도 생겨났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환경과 기반조성을 토대로 투어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근대문화골목을 비롯한 기본 5개 코스 외에 야경투어, 김광석길, 맛투어 등 테마코스가 운영된다. 그밖에 2009년부터 도심재생과 마을만들기사업을 연구하고 지원할 도시만들기지원센터도 운영되고 있다. 연간 총예산이 2000억원에 불과한 중구청은 근대역사 문화벨트사업에만 700억원이 넘게 투자했거나 진행되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이상화 고택

공공디자인부터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까지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거점을 표방하는 중구청은 주민이 디자인하는 도시를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 중 한 곳이 종로다. 이 곳은 구세대와 신세대가 만나는 세대통합의 거리이다. 이곳은 보행친화적 설계를 통한 걷고 싶은 거리, 전통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거리, 다문화 외국인들이 방문하고 축제를 즐기는 대구의 중심가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구청은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화강석과 점토블럭으로 단장했다. 편안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보·차도 분리 없이 차도를 줄이고 보도를 확장했다. 종로를 찾는 시민들을 위해 가로등을 설치하고, 걷다가 쉬어갈 수 있도록 유명 작가들이 만든 벤치를 설치했다.

근대골목투어와 김광석길(2016년 9월 현재 75만명)은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데, 중구청이 도심재생과 공공디자인을 시정방향으로 설정할 수 있었던 데에는 민간 전문가와 활동가 등의 역할이 컸다. 민·관이 협력하기 시작한 2007년 이전에는 사실상 민간이 대구 근대골목과 건축물의 가치를 발견하고 다양한 활동을 주도했다.

2001년 대학 YMCA 대구시연맹이 시작한 대구문화지도 프로젝트(근대골목 지도 그리기)는 대구골목문화 가이드북으로 이어지고 2004년에는 ‘대구신택리지’ 프로젝트 팀이 구성돼 축제를 여는 등 다양한 문화사업이 진행됐다. 원도심 활성화 방안을 찾던 중구청은 2007년부터 협력에 나섰다. 윤순영 중구청장이 취임하면서 민·관·학이 협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토양 위에서 2011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북성로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사업이다. 중구는 노후화된 건축물(1960년대 이전)이 많은 북성로 일대는 근대건축자산을 활용해 장소성과 활용성을 강화하는 ‘주민참여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근대건축자산을 소유해 가꿔가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중구청은 리노베이션위원회를 구성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민 참여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가 마련된 것이다.

이 사업이 주민들과 큰 갈등 없이 진행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초기 근대골목을 기획하고 대구 중구의 골목투어 산파 역할을 한 권상구 시간과공간연구소 이사는  “지주와 주민, 중구청과 지원센터 간 협력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지주는 건물 가치 상승으로 긍정적 인식을 갖게 돼 세입자가 리노베이션을 할 경우 5~6년 장기임대를 보장해 줬다. 지원센터는 상담부터 완공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지자체는 건축행정과 지원행정을 통합 운영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선교사의 집

주민 주도형 도시재생 모델 만들기

물론 어려움도 있다. 건물 원형에 대한 고증이 어렵고, 행정기관의 보조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점 단위로 진행되다보니 리노베이션 사업과 건축법이 상충되는 경우도 잦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기간 장소와 공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데다 민간이 주도한 도시재생사업이라는 점에서 민·관 협력사업의 기초가 되고 있다. 이에 근대건축물을 소유하고 있는 원주민의 절반이 사업에 참여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권 이사는 “아파트재개발을 추구하는 시행사가 여전히 면단위 주민 동의를 받기 위해 움직여 상당수 주민들이 동요하고 있고, 수립 중인 지구단위계획이 현실적으로 도시계획위원회에 통과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그러나 도심재생과 역사적 공간활용이 결합된 원도심 지역에 맞는 시민참여 재생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의 도심재생은 지역 청년들로부터 시작됐는데 관광, 도시브랜드와 같이 어떤 목표를 두지 않았다”며 “많은 지역이 벽화, 보도블럭 등 수단에 집착하는데 도시재생사업은 주민생태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대구의 현재를 둘러보며 대구의 지성을 이야기 하고, 과거를 더듬어 미래를 디자인하는 시민들의 참여 의욕은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면서 “역사와 장소는 그대로인데 공간마다 역사와 스토리를 엮고 다듬어 나가려는 긍정의 힘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옛 것이라고 파괴하고 원주민이 떠나는 도시개발이 아니라 지역의 자원을 발굴해 재생하려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행정기관의 지원과 협력, 이것이 대구 중구의 도심재생인 것이다.
 

함승태 기자  stham@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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