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매기라는 철새가 있다. 명매기는 귀제비라고도 하는데 제비의 사촌쯤 된다. 여름 한철 개울가 바위 벼랑에 집을 짓고 사는데, 이유는 모르겠으나 불길한 새로 여겨져 마을에 들어오면 집집마다 쫒아내기 일쑤였다.

명매기도 제비처럼 논의 진흙을 물어다 집을 짓는다. 기둥 위 상방이나 서까래 밑에 집을 짓는 것도 제비와 비슷하다. 그러나 집모양이 제비집과 다르다. 제비집은 원뿔모양의 깔때기를 수직으로 자른 것처럼 위로 올라가며 넓어지고 그 안에 새끼를 친다. 그러나 명매기집은 길게 주머니나 자루처럼 짓고 한쪽에 난 구멍 속으로 드나들며 새끼를 친다.

어렸을 때 제비가 집짓는 것을 못하게 한 적이 많았다. 대청 위에 지으면 제비똥이 떨어져 지저분하게 되기 때문이다. 제비집을 짓기 시작하면 그 자리에 종이를 붙여 놓기도 하고 아예 자리에 앉아 제비가 오면 쫒아내기도 했다. 아무리 쫒아내도 어느 샌가 집을 짓고 새끼를 쳐 나갔다. 그런데 제비는 지저분하다고 못 짓게 하는 사람들도 대청에서 처마 밑으로 옮겨 지으면 그대로 두는 게 보통이었다. 또 제비집 아래 제비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넓은 판대기를 붙여두기도 했다. 그런데 명매기집은 달랐다. 어디다 지어도 한사코 못 짓게 집을 헐어버렸다. 집집마다 다 그랬으니 제비보다 새끼치기가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산 위의 절벽이나 바위에 집을 짓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명매기와 관련된 지명이 생기게 된다. 처인구 모현면 능원리에는 명목바위가, 백암면 박곡리에는 명막바위가 있다. 또 백암면 석천리에는 명막재가, 운학동에는 명마골이 있다. 이들은 모두 명매기, 즉 명마기에서 파생된 지명들인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귀제비는 호연(胡燕)이라고 한다. 또 다른 설명에는 칼새라고 나와 있다. 여러 자료를 조사해 보니 혼동이 심한 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화요리 가운데 유명한 제비집스프도 우리나라에 오는 제비가 지은 집이 재료가 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칼새 집이라고 한다. 모양이 제비와 비슷해서 중국어나 한자 표기에 제비 연(燕)자가 들어가서 제비집 스프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에 따라 귀제비를 칼새라고 부르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귀제비는 명막이나 명매기로 주로 불렀고, 칼새는 우리나라에 흔한 새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지명이 그렇듯이 ‘명막’이 들어간 명막재나 명막골의 경우 우리말의 변화에서도 유래를 찾아보는 게 합리적이다. 즉 명막은 메안막으로 보는 것이다. 즉 ‘명-’은 메안의 줄임말이고 막은 막혔다는 뜻을 가진다. 즉 ‘메+안+막+골’로 풀어볼 수 있고 명막골로 줄어들었던 것이다. 따라서 명막골은 ‘산 안쪽이 막혀있는 골짜기’나 ‘산 안쪽이 막혀있는 곳으로 넘어가는 고개’ 쯤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예전처럼 제비가 많이 오지 않는다. 벽돌로 지은 양옥집에는 제비집 짓기도 어렵고 한옥도 대청마루는 유리문으로 닫혀 있다. 그나마 오는 제비들로 농약 탓인지 숫자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명매기도 예전에 비해 보기 힘들어졌는데 제비와 비슷한 새이니 역시 비슷한 비율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명매기가 집을 지었다고 해서 명막골이나 명막재가 더 생길 일은 없을 게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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