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수동적 호흡방법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가슴을 눌러주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정지된 심장이 다시 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못했다. 심장이 몸의 혈액을 순환시키는 펌프라는 생각이 밝혀진 것이 17세기였고 그 이전에는 영혼과 마음이 머무는 장소로 생각했다.

고대 한의서인 <황제내경>에서 심장은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는 역할과 동시에 심리적인 기능도 있다고 믿었으며 양기, 즉 따뜻한 불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상상했다. 심장의 한자 마음심(心)은 감정과 같은 마음이 심장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심장에 대한 관념은 서양에서도 같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와 갈레노스는 심장은 영혼이 깃든 장기이며 혈액을 만들어 전신으로 보내주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상상했다.

17세기 경 영국의 윌리엄 하비는 심장에서 혈액을 보내주기만 하는 개념에 의문을 제기했다. 온몸으로 보내는 혈액을 감당하려면 수백 킬로그램의 피를 매일 생성시켜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하비는 혈액양은 일정하며 심장은 혈액을 순환시키는 펌프라는 생각을 했고 여러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하비는 동물 실험을 통해 심장의 펌프 기능을 확인하곤 했는데 어느 날 비둘기 심장을 손가락으로 짜주던 중 몇 차례 저절로 움찔거리는 것을 봤다. 분명 움직이지 않은 심장이었는데 저절로 다시 뛰는 모습에 하비는 놀랐으나 영혼의 마지막 기운이 만들어내는 기이한 일로만 생각했다.

하비는 심장이 다시 뛰는 현상을 관찰했지만 더 이상의 추가적인 연구는 하지 않았다.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고 응급 구조 방법으로 인공호흡이 중심이 됐던 시기였다. 인공호흡법으로 폐를 손으로 눌러주는 과정에서 심장 압박 효과가 있었는데 1868년 영국의 치과의사 존 힐은 인공호흡 도중 흉부 압박을 실시해 환자를 소생시켰다.

호흡뿐 아니라 맥박도 없었던 환자가 회복됐고 존 힐은 가슴 한가운데 있는 흉골과 갈비뼈 사이에는 부드러운 연골이 있어 가슴을 누르면 탄력에 의해 다시 올라오며 심장 부위를 압박하면 펌프 역할을 해 혈액을 몸 전체로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존 힐의 생각은 현재 흉부 압박 개념과 거의 일치한다.

존 힐의 경험은 쉬프의 동물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쉬프는 동물 심장을 손에 쥐고 물주머니처럼 짜줄 경우 대동맥에서 맥박이 촉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쉬프는 연구를 진행해 심장이 다시 뛰는 원리는 심장 마사지 때문이 아니라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혈관, 즉 관상동맥에 혈액이 공급돼 심장 기능이 소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개념을 정립했다.

쉬프의 심장 마사지 이론은 정확했으나 실제 임상 적용은 어려운 점이 있었다. 심장 마사지를 위해서 가슴을 절개해서 직접 심장을 손으로 짜 줘야 했다. 일상생활의 응급상황에서는 시행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수술 중 발생되는 심정지 상황에서는 적용이 가능했다. 1950년까지 가슴을 열고 직접 심장을 마사지하는 방법으로 30% 정도의 응급환자가 소생했다.

심장을 열지 않고 환자의 가슴을 누르는 방식으로 소생되는 환자들이 있었지만 외부에서 심장이 다시 뛰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쉬프가 가슴 절개를 통한 심장을 직접 마사지 하는 방식을 소개하면서 외부 흉부압박 방식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잊혀져 갔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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