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나무에 거꾸로 매달리게 되었을까? 아마 무모한 용기와 고집 때문에 그렇게 됐을 것이다. 우린 살아가면서 생각지도 못한 함정에 자주 빠지고 어려움에 처한다. 그럴 때 세상을 탓하거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뼈저린 후회를 하곤 하지만, 그런다고 어려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인간은 거꾸로 매달린 채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불편한 현실은 어떤 식으로든 극복하고 방법과 대안을 찾게 된다.

12번 행맨(The Hanged man)에는 교수형에 처한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 12개월, 12시간, 12지지(地支), 영국의 12진법 등 12라는 수엔 그런 행맨의 의미가 들어 있다. 의지와 무관하게 세상의 틀과 규율에 매달린 채로 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시간이 12진법으로 돼 있다는 것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10은 나의 세상, 2는 올바름이다. 12는 자신의 올바름으로 세상을 이끌고 싶어한다. 우린 아는 만큼 올바르게 살고자 한다. 그래서 늘 억울하다. 세상에는 이미 규정된 약속과 틀이 있고 정해진 환경들이 있는데, 그 속에서 나만의 진실과 올바름이란 것이 얼마나 통용될까? 자신은 공정하다고 생각했지만 타인은 그것이 아니라고 한다. 나는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는데, 세상은 그것에 맞는 결과물을 주지 않는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매달린 자는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열심히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다 주고, 성실하게 일하면서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선하게 살았는데, 사람들은 나를 고지식하다고 멀리한다. 아내는 이제 당신과 못 살겠다고 하고, 자식은 우리 마음도 몰라주며 아버지 하고 싶은 대로 살았을 뿐이라고 고마워하지도 않는다. 뭐가 잘못됐을까? 자신의 바름으로 살았을 뿐인데, 왜 교수형에 처하는 꼴을 당하고 마는 것일까?

내면의 바름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매달린 사람은 위기에 처하면서 알게 된다. 자신의 바른 뜻대로 결과가 생기지 않았을 때 그제야 잘못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것을 일찍 발견하면 다행이지만, 다 늙어서 알게 된다면 진짜 서글플 것이다. 인생을 헛살았다는 것을 아는 순간 제대로 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겠지만, 너무 늦으면 벗어날 길은 없어진다.

행맨의 상황이 닥치면, 자신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첫 번째 해결책이다. 외부에게 맞춰 살지 못한 자신에 대해 반성해야 하며, 타인의 언어를 익히고 외부 규율을 따라야 함을 알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매달린 채 죽을 수밖엔 없다. 행맨의 고통은 그들을 스스로 능력자로 변모시킨다. 문제 해결 능력이 생기며, 내면의 올바름보다 상황의 이해를 통해 대처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해서 행맨은 지혜를 얻게 된다. 해피엔딩!^^

그런데, 요즘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행맨의 상황으로 놔두거나 몰고 가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과 개성을 가지고 고집대로 살아서 실패하는 복을 누리지 못하게 한다. 아이는 부모의 그런 교육 때문에 너무 늦은 나이에 행맨이 된다. 행맨이 돼봐야 알 수 있는 세상이 있지만, 그것을 경험하지 못하게 만들어서 오랫동안 헛된 삶을 사는 바보 아이로 만든다. 행맨은 어려움 속에서만 생기는 지혜를 뜻하지만, 그것이 축복임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고통과 억울함의 이야기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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