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산이 있고, 그 산에 큰 돌을 밀어 올리는 이가 있다. 힘들게 돌을 정상에 올리면 그대로 반대편 아래로 굴러 떨어져 힘든 일상은 계속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 관련 이야기다. 시작과 끝이 공존해 하염없이 겉도는 형태의 뫼비우스띠 역시 마찬가지의 의미다. 힘들게 성취한 결과를 한 순간에 수포로 돌아가게 하는 현실. 당사자에게 그 현실은 말 그대로 고난의 연속이며, 큰 죄에 따는 무서운 형벌임에 틀림없다.

최근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곡동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 측은 콘크리트용 계면활성제 연구소라고 밝힘)와 관련한 용인시 행정에 대해서다. 
최근 용인시는 이 사업과 관련해 1년 2개월 여 전 업체가 원형보전녹지지역에 서식하는 나무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 내린 공사중지명령을 해제했다.

<용인시민신문>은 이 내용을 17일자 신문에 보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오보를 냈다. 이유인 즉 시는 13일 이전까지 지역주민들에게 10월 17~18일 경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용인시민신문>과의 통화에서도 같은 내용을 언급한 것이 기사의 팩트였다. 하지만 시는 다음날인 14일 공사 중지 명령을 해제했다. 서둘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역주민과 언론마저
따돌린 이유는 뭘까.

그런가하면, 경기도의회 남종섭 의원과 용인시에 확인한 결과 최근 실시된 경기도 감사에서  이른바 ‘지곡동 사태’가 다뤄졌다고 한다. 시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못하며, 조치 내용이 나오는데도 한달 이상이 걸려 특별히 언급할 부분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감사에서 연구소 건립 허가 과정을 세세히 봤는지, 아니면 용인시가 지난 4월 결정한 건축허가 취소의 합당성을 집중 추궁했지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용인시가 강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데 있다. 시가 연구소 건립과 관련해 공사중지 명령에 이어 건축허가 취소라는 결단을 내릴 때는세밀한 확인 절차를 거쳤을 것이다. 자칫 행정소송까지 이어질 수 있는 업무를 결정하는데 아무렴 그렇지 않았겠는가. 적합한 행정절차를 거쳐 산 정상에 ‘건축허가 취소’란 결과물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7월 열린 경기도행정심판에서 모든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행정심판위원회가 업체의 건축허가 취소 부당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마치 시시포스의 산 정상에 올린 돌이 반대 방향으로 흘러내리듯 용인시는 이 사업이 재추진 될 수 있도록 행정의 ‘자동 되감기’를 해야 했다.

시는, 더 구체적으로 해당 공무원은 지금껏 업체가 제출한 각종 자료의 부적절한 점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면, 행정심판 결과 이후에는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확인해야 했다.

공무원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공무원은 법을 근거로 행정업무를 진행한다. 하지만 부당한 외압이 들어올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부당한 외압이란 결국 부담으로 작용되며, 상당한 문제제기꺼리가 있을지언정 몸을 웅크리는 것이 사회적 본능이다.
당연할 것이다. ‘지곡동 사태’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은 분명 없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렇게 결정하라는 명령도, 청탁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상급기관의 감사는 달리 생각해 봐야 한다. 어떤 내용이든 감사 대상이 된다는 것은 달갑지 않은 부담이다. 몸을 웅크릴 수밖에 없다. 혼신을 다한 업무 결과를 시나브로 정상에 올린 공무원에게 경기도의 행정심판 결과와 감사는 ‘자기 부정’을 해야한다는 고난의 굴레일 수밖에 없다.

시시포스 산의 한계를 극복하고, 뫼비우스 띠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돌아가거나 들어서지 않으면 된다. 어느 책에 나오는 글귀다. ‘당신은 왜 원을 그리며 탈출구를 찾는가’. 이 갈등이 시작된지 2년이 다 돼 가는 지금 용인시가 의지를 가지고 다시 ‘지곡동 사태’란 현상을 보면 시시포스 산으로 들어서기 전의 용인시, 뫼비우스 띠를 뚫고 나오는 용인시의 이전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