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ㅣ경기도청사를 용인으로!

정찬민 용인시장이 제안한 도청사 대체부지 8만㎡는 체육문화시설 등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곳이다. 당시 시는 국토교통부가 애초 4만㎡만 제시했으나 시가 8만㎡로 늘리도록 강력하게 요청해 얻어낸 부지라고 적극 홍보한데 이어 11월 조기 개방하겠다고 밝힌 실내체육관 등의 시설도 이 구역에 있다.

정 시장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옛 경찰대 부지로 청사를 이전할 경우 저렴한 비용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밝힌데 이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도는 몸만 오면 된다. 집기까지 사줄 용의가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기부 받을 8만㎡를 사실상 무상 수준으로 도청 이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신청사 건축 비용이 3300억원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용인시가 경기도에 그만큼의 예산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한 셈이다.

옛 경찰대 부지

용인시가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부지를 도청사 대체용지로 활용하라는 건의를 경기도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경기도 역시 정 시장 건의를 ‘문전박대’ 할 만큼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

실제 경기도가 신청사 재원 마련을 위해 현 도 청사를 수원시에 매각하겠다는 계획이 지방재정 개혁에 막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 입장에서 시 지방재정개편에 따라 수천억 원에 이르는 매입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버겁다는 것이다. 경기도도 용인시의 건의를 수용할 경우 재원마련이란 난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정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자의 ‘윈-윈 전략’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광역교통대책 해결 ‘양수겸장’
 
용인시는 지난 6월 한국토지공사가 옛 경찰대 및 사법연수원 부지(이하 종전부동산)내에 6500세대 규모의 뉴스테이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일대 주민들은 교통난 심화가 극대화 될 것이라며 반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용인시의회도 지난달 용인시가 올린 ‘개방시설 사용권한 이양을 위한 업무협약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시의회 역시 교통문제를 먼저 해결하라는 ‘숙제’를 던진 것이다.

광교신도시 도청사 건립 예정지

하지만 용인시 입장에서 교통문제 해결은 쉬운 숙제가 아니다. 앞서 시는 지난 8월 ‘교통정체 심화’를 해결하기 위해 장단기 대책을 밝혔다. 당시 시는 단기 계획으로 구성사거리를 비롯해 종전부동산 주변 주요교차로 3곳을 입체화 한데 이어, 장기적으로는 동백-사업지-구성을 연계한 신대중교통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용인시가 자체적으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그러나 당장 종전부동산 개발 사업의 경우 계획지구 면적이 ‘광역교통대책’에 해당되지 않아 경기도가 책임지고 나서야 할 근거도 없다. 그나마 종전부동산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교통문제를 해결할 방안이지만 천문학적 수준의 예산을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독자적인 예산 확보가 어려운 용인시가 광역차원에서 교통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이다.

용인시민과 경기도민 위한 대안

옛 경찰대 부지 활용 방안을 두고 그동안 말이 많았다. 일부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 외 기존 시설물을 활용할 수 있는 각종 방안이 모색됐다. 일각에서는 현 시청사를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른 쪽에서는 인구 100만명을 대비한 기흥구 분구에 따른 구청사로 활용해야 한다는 등 대체적으로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의견이 이어졌다.

하지만 용인시 입장에서는 검토 수준의 의견일 뿐 재정 여건 등을 감안하면 현실화시키기에 한계가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필요한 예산 확보란 1차적인 문제뿐 아니라 지역 간 이견 조율 등 시가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할 조건이 큰 폭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청 이전은 상황이 다르다. 용인시가 옛 경찰대 부지 도청으로 활용 제안은 ‘경기도민을 위한 결정’이라는 명분뿐 아니라 이로 인한 부수적인 실리도 챙길 수 있는 대안인 셈이다. 용인시가 부담해야 할 예산 범위도 행정지원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유치에 대해 주민 여론도 부정적이지 않다는 점도 이번 제안의 촉매 역할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애초 주민들은 종전부동산 일대에 교통개선 대책 없이 6000세대가 넘는 뉴스테이만 건립한다며 시의 행정 부실을 지적해왔다. 하지만 당장 공공기관 유치로 반대 여론을 상당부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언남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용인에 도청사가 들어오게 되면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실현 가능성은 뒤로 하고 시가 적극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도 청사 광교예정지와 옛 경찰대 부지 현황 비교

제안 현실화엔 회의적인 시각 적지 않아

정찬민 시장의 이번 제안이 현실화 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만큼 해결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앞서 오산시가 서울대 병원 부지에, 과천시가 정부청사에 도청 이전을 하려했지만 실패로 돌아간 사례로 볼 때, 용인시도 같은 전철은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도청사 이전과 관련해 경기도는 이미 신청사사업추진단을 구성해 사실상 사전 준비를 끝내고 내년 6월 공사 착공을 앞두고 있다. 즉, 준비과정을 넘어 사업진행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일부에서 정 시장의 제안을 두고 일단 질러보자식의 ‘정치적 행위’로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도가 대의적 차원에서 용인시의 제안을 수용할 의사를 보인다 해도 청사 예정부지인 광교주민들의 반발은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광교신도시는 신청사를 전제로 조성됐다. 도청 이전 부지를 용인으로 변경할 경우, 3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광교 일대주민들의 반발은 집단화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입주 당시부터 신청사 예정지로 사실상 내정된 상황이라 경우에 따라서는 손해배상 등 송사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사업은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 신청사 사업추진단 관계자는 정 시장의 공식적인 제안에 앞서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미 사회적 갈등이 봉합된 상태에서 부지 이전을 언급하는 것을 안 된다”면서 “광교신도시는 도청사 건립에 맞춰 조성됐는데 지금에서 부지를 변경한다면 집단 손해배상 소송이 예상된다. 배상액만 어림잡아 조 단위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광교가 위치한 수원시도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화 하고 있다. 수원시 염태영 시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광교신도시는 중심지역에 애초부터 도청부지가 정해져 있었고, 현재는 남경필 지사의 역점사업으로 한창 경기도청 건축설계가 진행 중인데 도청이 좋긴 좋은가 보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9월 21일 경기도 수원시 용인시 경기도시공사 4자가 모여 경기도 광교신청사 및 광교개발에 대해 합의했다. 당시 협약서에는 정찬민 용인시장의 직인도 선명하게 찍혀 있다. 협약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참으로 안타깝네요”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광교 주민들은 정 시장의 건의를 ‘현실성 없다’며 평가절하하면서도 갈등을 부추기는 이탈행위로 보고 있다. 지난 12일 광교에서 만난 석 모(36‧여)씨는 “(정 시장의 건의는)전혀 현실성 없는 이야기로 들린다”라며 “이미 확정된 사안인데 용인사람에게만 혜택을 주겠다는 말 아닌가 싶다. 지역 갈등을 조장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정 시장은 “경기도가 도청사를 광교 이전을 결정했을 당시에는 경찰대에 대한 기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옛 경찰대 부지를 활용할 수 있게 돼 이렇게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원시가 광역시를 추진하는 마당에 현실화 될 경우 도청 이전은 또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설명하고 설득해야 되지 않겠는가?”라면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광교 예정부지에 수원시청사를 건립하면 어떨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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