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모여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른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얘들아, 계수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아니?”
“달나라에 사는 나무요.”

그렇다. 우리나라엔 옛날부터 달나라에 계수나무가 살고 있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렇듯 계수나무는 설화속의 나무인데, 윤극영이 만든 ‘반달’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 덕분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 국민이 다 아는 나무이름이 됐다.

그런데 달나라에 살고 있는 계수나무를 지구에서 찾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간의 집요한 추리력으로 그 상상속의 나무를 현존하는 나무의 단서를 가지고 유추해낸다. 그렇게 나온 결과 두 종류의 나무로 압축됐다. 중국원산의 ‘목서’와 일본원산의 ‘계수나무’가 그것이다.

목서는 중국이 원산지로 추위에 약해 우리나라에서는 남부지방에만 자라는 나무인데 우리 선조들은 목서를 계수나무라 불렀다. 꽃과 향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아꼈으며 각종 시와 문학에도 자주 등장한다.

두 번째로 일본에서 온 계수나무인데 1920년대에 처음 들어올 당시 일본식 나무 이름이 계(桂)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고 계수나무라고 부른 것이 지금까지 굳어졌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달나라에 사는 나무가 일본에서 온 계수나무라고 철썩 같이 믿게 됐다. 그러나 ‘반달’ 노래가 1924년에 처음 발표됐으니 노래를 만들 당시 우리나라에는 계수나무가 없었다. 그러기에 일본에서 온 계수나무는 절대 달나라에 사는 나무가 될 수 없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쓴 동요이므로 설화속의 계수나무를 노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굳이 치자면 더 오랫동안 이 땅에 살아온 목서가 달나라 계수나무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름 때문에 오해는 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수정과를 만들 때 사용하는 매콤한 냄새를 풍기는 시나몬향의 계피가 계수나무 껍질인줄 안다는 것이다. 이도 이름의 첫 글자가 같아서 생긴 오류일 것이다. 계피는 동남아나 중국 남쪽에 살고 있는 육계나무 껍질이다. 전혀 계수나무와 비슷한 나무가 아니다.

달나라에 살지 않는다고, 시나몬 향을 만들어내지 않는다고 계수나무가 달라진 건 없다. 일본에서 왔건 우리가 뭐라 하건 상관없이 계수나무는 아름다운 나무로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다. 학교나 공원 등에 조경수로 많이 심어놓았다. 원산지인 중국이나 일본에선 숲 가장자리나 냇가에 주로 살고 있는 나무이다.

그러나 꽃이 작고 열매도 딱히 쓰임새가 없어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치다가 가을이 돼 이맘때 쯤 코를 자극하는 진한 향기에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어디선가 솜사탕인지 사탕인지 달달한 냄새가 나는데 어디서 나는 것일까 의아해 한다. 이럴 때는 바닥을 보자. 바닥에 떨어진 노란 하트 잎을 찾는다면 냄새를 맡아보라. 그게 바로 계수나무 잎이다. 곁에 가기만 해도 달달한 냄새가 코끝을 향기롭게 한다.

계수나무 잎은 가을이 되면 노랗게 물들어 떨어진다. 잎에 남아있던 당 성분이 휘발돼 날아가면서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생생한 잎보다는 떨어져 약간 마른 낙엽에서 더 진한 향기가 난다. 더구나 잎 모양도 예뻐 동글동글한 잎 가장자리의 통통한 하트 모양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래서 계수나무 아래에서 사랑 고백을 하면 이뤄질 확률이 높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나보다. 그도 그럴 것이 통통한 노란 하트 잎이 쫙 깔린 나무 아래에서 달콤한 솜사탕 향기가 나니 얼마나 사람의 마음이 행복해지겠는가!

공원에 나가 노란 잎이 달린 나무를 살펴보자 은행나무가 아니라면 계수나무일 수도 있다. 떨어진 낙엽을 모아 작은 바구니에 담아 놓아보자. 집 안에 달콤한 향기가 가득할 것이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가을이 만들어준 향기도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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