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발견하는 순간 112로 신고해야

“‘남의 집안일’이라며 지나치는 당신도 가해자입니다.”

2015 아동학대 예방 홍보 포스터 문구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아동학대의 80%가 친부모로부터 일어난다는 사실을 강조해 아동학대의 신고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0년 전과 비교해 2.5배 늘었다. 2년 전에 비해서는 36% 늘었으며, 2012년에 비해서는 62.4% 증가했다.(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전국 통계) 실제 그 기간 동안 아동학대가 그만큼 늘어난 것일까?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증가와 정부의 관련 예산 증가, 간편해진 신고 절차로 ‘발견률’이 높아졌을 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낮은 수치라고 말한다. 그만큼 피해아동 발견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게 현실이며 그 중 ‘신고’는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2016년 2월 둘째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아 ‘방임’으로 구속된 친모 박모씨가 이미 수년 전 큰 딸을 폭행해 살해 후 암매장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2009년부터 기흥구의 한 아파트에서 지인 2명과 함께 살면서 줄곧 두 딸에게 폭행이나 감금, 금식 등의 훈육을 해왔다고 밝혔다. 2011년 10월 큰 딸이 사망하기 전날 친모의 폭행 당시 함께 살던 이씨가 “훈육하면서 동네 시끄럽게 하지 말고 입을 틀어막으라”고 조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박 씨의 폭행이 시작된 시점인 2009년 2월부터 큰 딸이 사망한 2011년 10월까지 3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그 누구도 아동학대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씨의 증언으로 미뤄 아이들은 폭행을 당할 때 큰 소리로 울거나 소리를 질렀을 가능성이 크다.(단, 모든 아동학대가 그렇지는 않다. 일부 아이들은 지속된 학대로 무력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집안에 함께 있던 어른도, 이웃도 그 누구도 아동학대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용인에서 일어난 165건의 아동학대 중 93.3%인 154건은 가정에서 일어났다. 가정에서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아동 학대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집안의 일을 누가 알 수 있겠냐고, 혹시 신고했다가 이웃 간 불화나 보복을 겪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선 사건이 안타까운 것은 아동의 울음소리, 구타흔적 등으로 누군가 한 명이라도 아동학대를 조기에 인지해 신고했더라면 피해아동의 죽음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 때문이다.

지난달 말, 용인 소재 중학교 1학년인 민서(가명)의 담임교사는 민서가 팔에 붕대를 감고 등교하자 이유를 물었다. 민서는 친모에게 맞았다고 말했고 교사는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사실 민서는 1학기에도 교사에게 친모의 체벌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교사는 그 말을 듣고 친모에게 전화해 ‘경고’ 차원의 지도를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학대는 계속됐다. 경찰 조사 결과 민서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신체학대를 당해왔다. 머리채를 잡아 얼굴을 때리고 밟고, 벽에 부딪히게 하는 잔인한 학대가 자행됐지만 경찰에 신고된 것은 학대가 지속된 지 5년만 이었다.

학대 아이들은 고백으로, 몸으로, 울음으로 구조 신호를 보낸다. 학대의 유형인 신체, 정서, 성, 방임 등 4가지의 모든 학대에서 아이들은 언어발달 지연, 학습장애, 폭력성, 식탐 등의 특성을 보이거나 계절과 맞지 않는 옷, 지저분한 신체, 자주 발견되는 멍, 상처 등의 모습을 보인다. 용인에서 올해 한주에 4.8회 꼴로 일어난 아동학대에도 이런 신호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피해아동들은 누군가에게 계속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구조 요청을 하고 있다.

아동학대를 발견했을 때 반드시 경찰이나 지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해야하는 ‘신고의무자’는 현재 25개 직종에 달한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의 교사, 학원 교직원, 의료종사자,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등이 이에 속한다.

관련법에 따르면 꼭 ‘신고의무자’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학대 구조신호를 인지할 수 있는 누구나 아동학대를 발견하는 순간 관계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 아동학대의 전문가들 대다수는 “아동 학대는 소소한 정황의 반복에서 추정된다”고 말한다. 정도가 심하지 않거나 증거가 불확실한 경우라 하더라도 학대가 의심된다면 반드시 경찰이나 전문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