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부정청탁 금지법, 소위 김영란법은 작년 3월에 제정된 법이다. 법 시행이 늦어진 이유는 김영란법 처벌대상에 포함된 언론인들과 사립학교 교직원들이 위헌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공직자도 아닌 그들을 공직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하는 것이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언론인들은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언론인들에게 부정청탁 금지법을 적용하는 것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언론인들의 역할이 공직자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문 내용을 직접 인용해본다.

“언론사는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수렴해 공정한 보도를 함으로써 이를 접한 국민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공공성을 지향하고 민주적 여론형성에 기여해야 한다. 언론사의 공신력으로 인해 그 보도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운 국민들은 보도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언론이 어떤 사안에 대해 부정적 보도를 하면 언론의 전파력으로 말미암아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고 편파적 기사임이 나중에 밝혀지더라도 해당 보도 내용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제거하거나 이를 원상회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 언론인은 보도를 통해 국민의 의사소통과 여론 형성을 위한 통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언론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언론인에게도 공직자에 버금가는 높은 청렴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언론인이 기사에 이해관계를 갖는 기업인 등으로부터 ‘촌지’ 등 명목으로 금품 등을 받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은 언론계의 “뿌리 깊은 악습을 없애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라고 보았다. 언론계가 스스로 고질적 비리를 개선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상당기간 동안 형성돼 온 청탁이나 금품수수 관행에 대한 의식 개선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김영란법과 같은 법률로 금지하고 위반하는 경우 제재를 가하는 것이 언론계의 부정부패를 근절하는 “유효하고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헌법재판소는 판결했다.

헌법재판소는 언론사 내부 제재와 기자윤리강령 등을 통해 자율적인 제재장치가 있다는 점도 인정하고, 김영란법이 언론이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국가권력이 김영란법을 남용하거나 언론이 그러한 남용을 두려워해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언론인들은 언론인과 취재원의 통상적 접촉을 제한하고 언론의 자기검열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검찰이나 경찰 등 사정기관이 자의적으로 법을 적용함으로써 언론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는 지금은 언론계의 고질적 비리를 제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헌법재판소는 언론인에게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것이 고유의 미풍양속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약자가 아닌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러한 금품을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이 직무와 관련해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 금품 등을 받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김영란법은 고질적인 부패가 만연한 언론계에 대한 국민들의 경고이다. 언론의 부정부패를 차단하기 위해 김영란법은 취재보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재원과의 접촉을 엄격히 규율한다. 과거 취재원을 만나는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오고가던 접대와 향응과 선물들은 금지된다. 보도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회유와 청탁과 부탁과 압력 모두 부정청탁으로 간주될 수 있다. 덕분에 언론은 누구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진정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김영란법은 언론독립 보장법이라 할 수 있다. 김영란법을 계기로 한국의 언론이 부정부패의 공범자에서 감시자로서 탈바꿈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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