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수·급식 안되는 시 지정 대피소 많아 대책 필요

대피장소 89곳에 수용인원은 9만명에 불과
 

지난 9월 12일에 이어 19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에 전국이 불안에 휩싸인 가운데 용인시의 지진 대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당장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학교 시설을 대피소로 지정하는가 하면 단독주택 상당수가 내진설계가 되지 않아 대대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용인시에 따르면 관내에 있는 공동주택 509단지 중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곳은 27곳에 불과하다. 공동주택 94%는 내진설계가 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단독주택의 경우 총 2만8000여동 중 60%가 넘는 1만8000여동은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다.

공동주택의 내진설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관련법이 강화되기 시작한 1992년 이후부터 용인시에 공동주택이 본격적으로 들어섰기 때문으로 시는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내진설계가 됐다고 해서 지진에서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진설계된 건축물의 경우 일정강도(6.0~6.5)까지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설 내에 있는 시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준 정도라 당장 지진이 발생할 경우 시설물 안에 남아 있는 것은 안전하지는 못하다.

주택뿐 아니라 상업시설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실제 용인시가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간 시점이 내진설계 의무화와 맞물려 3~6층 고층건물의 경우 내진설계가 돼 있다. 하지만 구도심과 재래시장 등을 중심으로 밀집돼 있는 저층 건축물은 지진에 매우 취약한 상태를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지진이 발생할 경우 당장 시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장소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용인시는 지진을 비롯해 태풍 홍수, 해일 등 자연현상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재민 대피장소를 지정해뒀다. 올해 시가 지정한 대피장소는 총 89곳으로 2015년에 비해 3곳이 늘었다. 하지만 대피장소 한계는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용인시가 밝힌 자료를 보면 대피장소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총 8만8800여명 정도다. 그나마 올해는 이보다 장소가 3곳이 늘어 수용인원도 증가했지만 용인 전체 인구의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지역별 지진대비 이재민 대피장소 지정 현황을 보면 처인구는 총 28개 지정장소에 3만5800여명을 수용한다는 계획이며, 기흥구는 35곳에 3만2500여명, 수지구는 23곳에 2만500여명을 수용하게 된다. 용인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기흥구는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할 경우 100명 중 90명 이상은 마땅한 대피 장소가 없는 셈이 된다.

대피장소의 안전성도 심각하다. 시는 학교를 대피장소로 지정하고 있지만 상당수 학교의 경우 내진설계가 되지 않아 ‘위험한 대피장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내진설계 의무화는 1988년 당시 6층 이상(또는 연 면적 3만평 이상) 건축물을 대상으로 강화했지만 학교 시설 규모를 감안하면 사실상 대부분 해당사항이 되지 못한다. 그나마 2005년 대상 시설을 3층 이상(또는 연 면적 300평)으로 강화했지만 대피장소로 지정된 학교 상당수는 내진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가 지진 발생 시 대피 장소로 지정한 처인구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대강당이 대피장소로 지정된 것은 알지만 내진설계가 됐는지는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대강당을 지은지 오래돼 내진설계가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흥구의 한 중학교 관계자도 “(대피장소로 지정된)다목적실의 경우 학교 건립 당시 내진설계 의무 대상이 아니라 (내진설계가)되지 않았다”면서 “지진이 흔하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솔직히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대피장소를 학교 운동장으로 정해뒀지만 당장 대피에 가장 중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시가 밝힌 2015년 용인시 지진대비 이재민 대피장소 지정 현황을 보면 전체 89곳 중 급수나 급식이 안 되는 곳은 15곳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 학교는 올해도 대피장소로 지정돼 있어 사실상 형식적인 대피장소 지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용인시는 지난 12일 경주 부근을 진앙지로 발생한 지진 영향으로 용인시에는 강도 2정도의 지진이 발생했다며 지진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10가지 행동요령에 따를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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