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특히 채권시장에 대한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글로벌 채권 자금은 2월 중순 유가가 저점을 찍은 후 반등하고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신흥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브렉시트 투표 직전에는 채권시장 자금이 신흥국에서 잠시 빠져나가기도 했지만 브렉시트 결정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금융시장이 그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리스크 온) 현상이 나타나며 다시 대거 유입됐다. 지난주에는 50억 달러 가까이 유입되며 주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7월 이후 3주 동안 신흥국 채권 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이 연초 이후 유입된 자금의 절반을 넘어섰다.

신흥국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환율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신흥국 통화가치가 강세를 보이자 신흥국 채권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매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아울러 일부 선진국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으로 들어선 것도 신흥국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을 가속화했다.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선진국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한국 채권시장에도 계속해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중이다.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채권시장 이동은 적어도 미국의 금리인상 전까지 계속될 것 같다. 그리고 미국의 금리인상은 매우 천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의 반응을 지난해 반응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지난해 10월 FOMC에서 12월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자 당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6bp 이상 뛰어올랐다. 그런데 이번 FOMC에서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음에도 시장 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확률을 보면 채권시장은 9월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확률을 28% 정도로 보고 있고, 연말 혹은 내년 초에 인상될 확률도 50%가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 강세가 한창인 신흥국 채권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편 브렉시트 이후 급락했던 주요국 금리가 글로벌 리스크 온으로 되돌림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한국 채권 금리는 여전히 급락한 수준에서 횡보하는 중이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통화정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과도한 통화완화정책이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매파적인 발언을 했음에도 국내 채권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앞서 언급한 신흥국 통화 강세와 외국인 자금 유입이 국내 시장 금리의 반등을 제한하는 원인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머징 국가 중 하나이고,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채권시장에 유입되면 한국도 이에 동조한다. 특히 최근 나타난 원화 강세로 한국 채권시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됐다. 더욱이 지난달 27일 국제통화기금(IMF)은 ‘2016 대외부문 평가보고서’를 통해 원화강세 기조가 이어지리라는 전망을 내비쳤다.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과도하고 올해 6월까지 원화가 평가절하된 상태이며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IMF의 현재 평가대로라면 10월 미국 재무부에서 발표하는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원화는 절상되는 흐름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다.

<자료: Bloomberg,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주: 국채선물 가격을 달러화로 환산한 후 2016.01.04.=100으로 지수화>

[그림1]은 10년 국채선물의 원화 가격과 달러 환산 가격을 지수화한 것이다. 단순히 원화로 계산된 가격보다 달러로 환산했을 때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외국인들이 계속 국내 채권 시장에 들어오도록 하는 유인이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앞으로 금리가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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