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지역에 규모 5.8 지진에 이어 4.5의 여진이 발생하면서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진과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는 물적 피해뿐 아니라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재해가 발생하면 일상적인 사회활동뿐 아니라 의료기관도 진료 차질이 발생하기에 정보를 파악, 조정하는 것이 중앙정부의 역할이다. 한국에서도 국민안전처라는 부서가 독립돼 있다. 고대에도 수많은 재해와 전염병의 유행으로 큰 피해가 발생할 경우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했는데 조선시대에는 국민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질병 치료와 구조 활동을 했다. 그러나 정부 역량과 의학 수준의 한계로 인해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성서속의 노아는 재난에 대비한 최초의 인물로 평가된다. 노아의 홍수 이야기는 재난에 대비한 피신처 건설, 사람과 동물 대피, 피해 현장 재건까지 완벽한 재난 대처 방법을 전해주고 있다. 그러나 노아의 홍수 이야기와 달리 실제 역사에서 인간은 각종 천재지변에 무력해 많은 피해가 발생했고, 중세까지 서구의 병원들은 환자와 빈민들의 마지막 거주지로 인식되곤 했다.

장 라레가 도입한 응급 마차, 현대 앰블런스의 모델이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전쟁터로 군의관들은 부족한 의료자원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 19세기 초 프랑스 나폴레옹의 군의관 장 라레는 부상 정도에 따라 바로 응급 치료를 시행해야 할 환자, 나중에 치료할 경상자 등으로 나눠 팔에 각각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검정색 천으로 표시하고 현대의 앰블런스와 비슷한 응급 마차로 부상병을 빠르게 후송해 치료했다. 의료진은 환자 팔에 묶인 천으로 응급환자를 구분할 수 있었으며 빠른 치료로 많은 환자를 구할 수 있었다. 장 라레의 분류방법과 이송방법은 대규모 환자 발생시 큰 도움을 주고 있어 1,2차 세계대전을 거쳐 현재까지도 활용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기간 동안 군사적 충돌뿐 아니라 지진, 태풍 등 대규모 인명 피해를 발생시키는 재해 대책도 마련되기 시작했다. 특히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지역의 재난은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데 미국, 일본 등은 재난 상황에 대한 의료 대응을 위해 ‘재난의료지원팀(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 DMAT)’을 조직해 초기 현장 지휘와 환자 치료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삼풍백화점 사건,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등으로 국민 안전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2014년 세월호 사건, 2015년 메르스 사태에 이어 이번 경주 지진에서도 미숙한 대응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경우 1995년 한신 대지진 당시 잔해에 갇힌 많은 부상자 치료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구조 방법의 변화를 줬다. 그 결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는 정보 소통과 지휘에 주력해 광범위한 환자 이송과 대피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재난 발생시 각종 대책 법안이 난립하면서 개선보다는 규제로 작용하거나 재난 상황을 총괄해야 할 보건소 등은 평소 과중한 진료 활동과 행정 업무로 대응 여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점이다. 특히 의료계와 정부 당국과의 오랜 갈등으로 정확한 정보소통 부재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스러운 점이다. 아직 한국의 재난 대응 시스템 자체가 막 시작되는 단계라 여러 시행착오가 발생하고 있는데 향후 개선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국민들도 고혈압, 당뇨 등 평소 정기적으로 복용해야 할 의약품이 있는 경우 1~2주 정도의 여유분을 비축해 두고 재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장 가깝고 큰 병원을 선호하는 것을 피하고 중증도를 평가하는 의료진 판단과 지시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특히 증상이 경미할 때는 재난 의료 지원에 투입되는 대규모 의료기관보다 진료가 가능한 인근 의원을 방문해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 막연한 불안보다 차분한 준비는 어떠한 재난 상황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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