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나의 것이며, 나에게 다가온 축복이다

‘운명’하면 부정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운명이란 단어를 떠올릴 때면 필시 한계상황이 닥쳤을 때뿐이고, 우리가 편안하거나 행복할 때는 운명이란 단어를 잘 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분 좋을 때를 생각해보자. 새로운 삶의 환경이 나타나고, 새로운 인연이 생기며, 새로운 즐거움을 만날 때, 과연 그것 또한 운명이 아닐까?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저절로 만나지는 것도 아니고, 좋은 곳을 가고 싶다고 해서 좋은 곳이 나타나지 않는데, 보통 우린 잘된 것은 자신의 노력과 잘남 덕분이라 생각하고, 잘못 된 건 운이 나쁘거나 남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린 운명이 나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타로카드 메이저 10번에 붙여진 이름은 ‘The Wheel of Fortune(운명의 수레바퀴)’이다. ‘fortune’에는 행운과 성공이라는 뜻이 들어 있지만, 한국말로 운명이라 하게 되면, 왠지 나쁜 이미지가 떠오르게 되나보다. 한국인에게 “컵에 물이 반이나 차 있네!”라고 느끼는 정서보다 “컵에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 라는 정서가 더 지배적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운명은 가혹하며 무섭고 폭력적이어서 우리를 편안하게 놔두지 않는다는 시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한, 10번에 다가갈 수 없다. 새로운 세계는 언제나 낯설고 나의 미숙함과 맞닥뜨리기에 잘 헤쳐 나가기가 불가능하고 당연히 잘 되기도 힘들다. 하지만 그러한 새로움이 없다면, 특별한 세상도 열리지 않는다.

10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나는 것이다. 10은 나의 세계이지만,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추구와 이야기와 모험이 시작되는 그곳이 10이지만, 그것을 축복이 아닌 괴로움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많다. 왜 나는? 왜 나만? 왜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은가? 따위의 질문을 하면서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세계에 대해 거부를 한다. 그것이 바보 같은 행동임을 나중에 깨닫기도 하지만….

10은 신과 자연이 특별히 나에게 준 나만의 세상이다. 그것이 어떻게 나쁠 수 있겠는가? 높은 산이 있다면 오르면 되고, 내리막이 있다면 내려가면 된다. 그러면서 신이 마련해 준 길을 따라 가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며 익히고, 만나고 헤어지면서 우린 성장하게 된다. 각자의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깨달음을 얻게 되고 그것을 통해 타인과 교류하고 나눌 수 있는 진정한 경험자가 된다.

10번 카드가 뽑히는 순간, 그것은 기회가 된다. 이제 진정한 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나의 권리가 된다. 무서워서 어떻게 될지 몰라 가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기회는 항상 오는 것이 아니다. 실패할 수도 있고 고통스러울 지도 모르지만, 그 길은 신이 인도하는 길이므로 믿고 가면 반드시 보상이 있다. 신은 처음부터 사랑이었다는 것을 9번을 통해 안 사람은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이제 11로 나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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