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서 일했던 나향욱 기획관의 지난 7월 발언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국민은 모두 분노했다. ‘민중은 개·돼지다’ 민중은 일반 대중을 의미한다. 글을 쓰는 사람도, 독자들께서도 대부분 민중이란 의미다. 나 기획관의 발언은 수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 봐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언급할 가치도 없는 거북스러운 이 기억을 다시 꺼내는 이유가 있다.

나 기획관의 발언보다 무서운 것은 그의 ‘대민철학’이다. 사람을 대하는 기본 생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민중에 계급식을 적용하면 민중은 피지배계급이 된다. 신분제도가 사라진 지금에야 민중에서 피지배개급이란 의미는 외형적으로 없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재력의 탈을 쓰고, 정치권력에 슬며시 빌붙은 모습으로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가 ‘개·돼지’같은 발언에 이어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덧붙인 이유도 드러내놓고 민중은 지배를 받아야 할 계급이며 그런 사회가 제도화 돼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이 담겼을 것이랴.

지난 22일 용인시의회에서 기자는 어느 공무원들의 대화에서 나 기획관을 만난 듯 했다. 용인시가 상정한 안건이 소관 상임위에서 이래저래 논의되다 잠시 정회되자 두 명의 공무원은 의원들의 문제제기에 ‘대응논리’라도 만들겠다는 듯 나름 심도 있는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던 와중 “당신네들~ 지들”이란 표현을 들어 버렸다.
그 공무원이 이렇게 칭한 주체는 시민들이다. 그 자리에는 그 소리를 들을 ‘당신네’도 없었으며 물론 ’지들’도 없었다. 이 두 단어는 제3자를 낮춰 부를 때 흔히 사용된다. 그 발언을 한 공무원 입장에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왜 불특정 다수(아니 그 공무원이 말한 당신네는 관련 조례에 해당되는 사람들이다)를 그렇게 불렀나. 고생 끝에 상정한 관련 조례에 의원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화난 심정에 그랬나. 아니면 조례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심한 모욕감을 당한 추억이 있었나.

현장에서 기자가 느낀 바로는 의원들의 문제제기는 상당히 합리적이었으며, 조례가 시행 전이니 해당 시민들과는 일면식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당신네’, ‘지들’로 칭한 이유는 그의 ‘대민원철학’에 의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표현은 다르지만 나 기획관의 ‘개·돼지’같은 발언과 ‘당신네·지들’같은 그 공무원의 표현을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이다. 

이날 상임위 현장에서 나온 발언 중 귀에 거슬린 것이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 시의원은 팽팽한 견제관계를 유지해야 할 공무원의 이름을 아주 자연스럽게 불러냈다. 또 어떤 시의원 입에서는 거의 욕에 가까운 “X끼”란 말도 거침없이 나왔다. 발언의 경중이나 상황, 관계성을 따지면 정회시간에 나온 말들로 공식적인 발언이 아니니 문제없다는 설명은 그저 변명으로만 들릴 뿐이다. 이것이 용인시 공직사회에 만연화된 ‘음침한 기류’는 아니길 간절히 바랄 정도다.
‘없는 자리에서는 임금도 욕한다’더라. 하지만 그 욕이 그저 욕에만 머물면 안 된다. 임금을 욕하는 이유는 왜 이렇게 정치를 못하냐-그래 제발 우리를 위한 정치를 해 달라-  간절한 바람이 담겨져 있다. 그 간절한 바람은 임금이란 신분에 대한 존중의 의미도 담겨져 있다.

나 기획관의 ‘개·돼지’같은 발언, ‘지들’같은 그 공무원의 표현에는 민중에 대한 존중이 없다. 그저 민중은 적대시해야 하는 대상이거나, 거추장스러운, 혹은 계몽의 대상. 다소 과하게 표현한다면 짓눌러도 괜찮은 존재 정도로만 여기는 것이다. 용인시 공무원 중 정말 딱 한사람의 허투루 한 발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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