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걱정하는 일도 별로 없는 느긋한 성격이지만, 내겐 남들은 잘 하지 않는 걱정이 있다. 그저 한번 하고 잊어버리거나 어쩌다 한번 하면 좋으련만, 나는 늘 이 걱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미래에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 내 삶의 방식이 다른 생명에게 어떤 피해를 줄까?’ 다른 이들이 듣기엔 오지랖이라고 생각할 일이지만 나에게는 심각한 고민들이다.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세제를 쓰고 있다. 얼굴비누, 손비누 따로 있고, 99퍼센트 살균비누까지 있다. 목욕비누, 샴푸, 린스, 치약, 주방세제와 세탁세제, 표백제와 곰팡이제거제, 그리고 유리창 닦는 세제까지 치자면 그 종류를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다. 그 밖에도 바로 떠올리지 못한 세제들이 더 있을 것이다.

세제는 많은 거품을 만들어 낸다. 거품을 헹군 물이 과연 어디로 흘러갈지 고민해보는 사람이 많이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저 너무나 자연스러운 삶의 한 장면이니까 의식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고민하지도 않을 것이다.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기 전에 정화라는 단계를 거치지만 동물이나 사람이 바로 마실 수 있는 물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정화라는 짐을 자연에게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요사이 들리는 이야기들 속에는 그 짐의 무게가 자연이 감당할 정도를 넘어섰다고 한다. 그 현장을 직접 눈으로 찾아보지 않더라도 우리가 살면서 만들어내는 더러운 물이 우리와 가까이 사는 동·식물들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아직은 완전히 버리지 못했지만 많은 종류의 세제로부터 나는 자유로운 편이다. 그렇게 하나씩 내 삶이 바뀌고 있는 중이다. 그 가운데 가장 하기 쉽고 만족할 만한 것이 ‘소금으로 이를 닦는 것’이다. 환경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몸을 생각하면 치약보다 소금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를 닦을 때 열 번 이상 헹구지 않으면 이를 닦지 않은 것보다 오히려 더 나쁘다고 주장하는 TV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치약은 세제다. 먹어도 될 만큼 안전한 물질이 아니다. 그런데 이를 닦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치약이 목 뒤로 넘어간다고 하니 치약 사용을 신중하게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또 덜 헹궈진 치약 성분 때문에 입 냄새가 더 심해진다고 하니 치약을 버리고 소금을 선택할 이유는 분명해진다.

소금은 장점이 많다. 소금이 입안 세균을 적당히 씻어주기 때문에 감기도 예방된다. 치약에 든 온갖 감미료와 향료, 색소, 연마제로부터도 자유롭고,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불소에 대한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또한 한두 번 헹구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자기 전 소금으로 이를 닦으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입 안이 개운하다. 특히 치약을 잘 뱉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소금은 꼭 맞는 천연치약인 셈이다.

“에이~ 무슨 소금으로 이를 닦아? 그래가지고 이가 잘 닦이겠어?” 묻는 이가 많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경험에 비추어 단언할 수 있다. 치과에 정기점검을 받으러 가면 ‘치석제거 받으셨어요?’ 하고 묻는다. 그만큼 이가 건강하다는 뜻이다. 소금으로 정성을 다해 꼼꼼히 구석구석 잘 닦아주는 것만으로 이와 잇몸 건강을 충분히 지킬 수 있다.

삶에서 소금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다. 바로 삼베다. 우리 선조들은 세제가 없던 시절 삼베로 씻었다. 삼베는 다른 어떤 섬유보다 기름을 잘 빨아들인다. 요즘 많이 쓰는 아크릴 수세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릇이 잘 닦인다. 설거지를 하고 나면 수세미가 미끈거려 세제로 다시 빨아야 하는 아크릴 수세미와 달리 삼베로 만든 수세미는 그저 물에 헹구어 주면 된다. 나는 거친 삼베로는 그릇을 닦고 부드러운 삼베 수건으로는 얼굴과 몸을 닦는다. 비누를 쓰지 않아도 되니 겨울에도 얼굴이 당기지 않아 좋다.

세탁세제 이야기도 해야겠다. 세탁세제를 줄이려면 먼저 애벌로 빨아서 세탁기에 돌리면 된다는 사실을 주부라면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는 일이 참 쉽지 않다.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연과 함께 살자’는 가치가 동반되지 않으면 힘들고 지루한 일이다. 하지만 일단 한 번 시작해서 습관이 되면 어렵지 않다. 더불어 마음도 풍성해지는 경험도 하게 될 것이다. 시작이 중요하다.

따지고 보면 지구에서 우리가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햇빛과 구름, 흙과 물, 비와 바람도 우리가 만들지 않았다. 자연을 함부로 더럽혀도 된다고 누가 허락했을까? 함께 살아가는 다른 생명들에게 함부로 해도 되는 권리는 우리 누구에게도 없다. 그저 잠깐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너무 당연한 듯 누리며 지구를 더럽히지 말고, 이제 지구를 숨 쉬게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만약 지구가 입이 있다면 우리에게 말하지 않을까? “세제 좀 그만 쓰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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