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폭염이 한달 동안 계속되면서 국내에도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폭염은 열사병 뿐 아니라 만성질환자, 노약자의 기저질환을 악화시켜 추가 피해를 유발한다. 폭염기간 동안 희생자 수는 과거 기간과 비교해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폭염의 영향으로 추정하는데 이를 초과사망으로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4년 폭염으로 3384명의 초가 사망자가 발생했다.

세계적인 폭염 피해로 유명한 곳은 2003년 유럽이다. 2003년 8월 유럽은 40도가 넘는 폭염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3만5000여명의 초과사망자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프랑스에서만 1만5000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는데 처음 경험하는 폭염으로 집에는 냉방장치가 부족했고 수분 섭취와 같은 대응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휴가를 떠나지 않고 집안에 머물던 노년층이 큰 희생을 당했다. 유럽 폭염을 경험한 이후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이 폭염 경보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한국도 2007년부터 기온이 35도 이상이 2일 연속될 경우 폭염 경보를 발령하는 제도를 시행해 국민들이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폭염 경보 기준인 온도를 측정하는 것은 당연히 온도계이다. 온도계가 없으면 정확한 평가가 어려울 것이다. 구한말 1904년 부산에서 서구식 온도 측정계를 설치, 관측했다는 기록이 우리나라 온도 측정의 기록이다. 반면 서구에서는 16세기부터 온도 측정을 시도했다.

1593년 갈릴레이는 온도에 따라 공기 부피가 팽창하는 원리를 응용 공기가 든 가는 유리관을 물속에 넣은 아주 단순한 온도 측정 기구를 개발했다. 이후 여러 과학자들이 공기 대신 물, 알코올, 수은 등 다양한 물질을 사용한 온도계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724년 파렌하이트는 수은을 이용한 온도계에 어는점 32도, 끓는점 212도로 180등분한 온도 측정 단위를 제안했다. 파렌하이트의 온도 측정 방법은 일상생활 온도 대부분이 양의 정수로 표시되고 세밀한 측정이 가능한 장점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사용했다.

비슷한 시기 스웨덴의 셀시우스는 물의 어는점과 끓는점 사이를 100 등분한 측정 단위를 제안했고 최근에는 셀시우스 측정 단위가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동양권에서는 파렌하이트를 화륜해(화룬하이)로 음차해 ‘화씨’로 셀시우스는 섭이사(서얼쓰)에서 ‘섭씨’로 부른다.

19세기까지 의학용 체온계는 30cm 정도 되는 긴 막대 형태로 온도를 측정하는데 20분 이상 걸리는 불편한 기구였다. 1866년 영국의 의사 올벗이 15cm 정도의 짧은 수은체온계를 개발해 빠르고 간단하게 체온을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체온계로 몸 여러 부위 온도가 측정되면서 객관적 진료가 가능해졌다.

열사병 환자는 내부 열기가 피부로 이동해 몸 안은 차가울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중심체온이 피부온도보다 더 높게 측정됐다. 열사병 환자에게 뜨거운 음료를 투여하는 치료 방법에서 얼음과 찬물을 사용해 적극적으로 체온을 낮추는 방법으로 바뀌었고 열사병 환자 사망률도 감소됐다.

온도계는 열사병 치료뿐 아니라 예방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기온을 측정해 고온 환경일 경우 야외 활동을 막고 수분 섭취를 장려함으로써 온열 환자 발생을 감소시킨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남부지역에 위치한 해병대 훈련소에서 많은 온열 환자가 발생하고 있었는데 단순한 기온 정보만으로는 열사병 예방에 한계가 있었다. 1952년 검정색 구와 물에 젖은 천으로 싼 온도 측정방법으로 바람과 습도의 영향을 고려한 새로운 온도 지수가 개발돼 폭염이 심한 날 훈련과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방법으로 열사병 예방에 효과가 있었다. 미군이 개발한 이 지표는 열사병 예방지수 혹은 폭염지수(WBGT index) 등으로 한국에 소개되고 있다. 이 외에도 1976년 습도를 이용한 열지수 등이 개발돼 세계 각국에서 열사병을 예방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자는 작업장이나 논·밭 등 야외 환경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내 공간에서도 20% 정도 발생하고 있다. 폭염이 심각할 때 전기료 부담으로 냉방장치를 충분하게 가동하지 못할 경우 노약자나 만성질환자의 경우 기저질환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함께 서늘한 환경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며 개인뿐 아니라 국가에서도 전기료 인하 등의 지원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