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청탁 발생 땐 즉시 신고 유도 방침

 민원 신청 시민 표현의 자유 등 침해 우려 지적도 

박수진 기자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시행을 한달여 앞두고 있는 가운데 용인시청 등 행정기관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제한이 너무 많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영란법은 부패를 개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때문에 공직자를 비롯해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부패로 간주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 사전에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 법은 관행화된 각종 부패행위 신고를 통해 사회적인 문화 자체를 개선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당장 공무원을 비롯해 법률 대상자에 포함되는 직업군 종사자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 민원을 제기하는 표현의 자유마저 청탁으로 간주될 수 있는데다, 적법한 영업행위에도 제약을 받을 수 있는 등 각종 활동에 침해가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본지가 입수한 용인시 ‘2016 부패방지 시책평가 대비 청탁 대상 업무 및 청탁 유형 발굴’ 사항을 보면 그동안 관행화됐던 민원처리 등의 행정절차 상당수를 청탁, 요청 등으로 간주해 해당 공무원이 이 같은 내용을 더할 경우 감사관에 신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가 각 부서별로 발생 가능한 청탁 대상 업무 및 청탁유형으로 발굴한 현황을 보면 청탁 대상 업무 114개를 비롯해 청탁 유형 220개를 발굴했다. 청탁 대상 업무는 부서별 업무추진 과정에서 알선·청탁 발생 개연성이 높은 업무이며, 청탁유형은 부서별 청탁 대상 업무 분야에서 실제 발생하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청탁 유형이다.

사례를 보면 일정 장소에 방범용 CCTV를 설치해달라거나 지정문화재(지정 예정인 것을 포함)가 아닌 것을 보수해 달라는 민원은 이제 청탁으로 간주 행정처리에 제한을 받는다. 또 보조금 지원 단체 보조금 인상이나 장애인단체 보조금 인상 역시 청탁에 해당된다.

뿐만 아니라 여권 발급을 신속하게 해달라는 민원 역시 청탁 유형에 해당되며, 특정언론사의 직무관련 내부 자료 제공 요청 역시 규제를 받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담당 공무원들도 난감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행정문화국 담당 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한 공무원은 “막무가내식 보조금 증액 청탁은 자체적으로 걸러낼 수 있지만 정말 필요한 상황마저 청탁으로 간주해야 하는지 막막하다”면서 “정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면 민원인과 갈등만 생겨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국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공무원도 “유형별로는 보면 기존에 공무원 업무 지침 등을 통해 이미 정해둔 것도 많다”면서 “그나마 새로운 유형으로 정한 것들도 범위가 너무 넓어 실제 업무에 적용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원인도 이 법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자칫 합법적인 민원제기도 부정청탁으로 받아들일 염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그동안 각종 사업 등과 관련한 제안 역시 청탁으로 간주돼 오히려 행정기관의 일방통행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청렴한 행정 업무 수행이라는 미명하에 민원제기를 청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면서 “무리한 민원해결 요청도 청탁으로 간주한다는데 정확한 기준이 없어 민원해결 요청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용인을 비롯해 경기 남부권에서 이벤트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 역시 “홍보성 축제 개최를 요구하는 행위도 위법한 행위로 간주 받는다”면서 “편법으로 행정기관을 이용하는 업체를 걸러내야 하는데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출구를 완전히 차단하는 꼴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 김영란법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다음달 28일 시행에 들어가게 되며, 적용 대상자는 전국 공무원, 언론사 임직원 등 전체 224만명에 이르며 대상자의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4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당장 이 법이 정한 처벌제한 비용에 따른 경제부문 대상자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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