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내 산하·출자기관의 채용 등 인사관리에 대한 문제 지적은 매번 이어져왔다. 최근 2주 동안 <용인시민신문>에서도 3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만큼 심각하고 중대하다고 판단해서다.

개혁에 준할 만큼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시민의 목소리는 ‘중구난방’이지만 정작 당사자로 지목되는 인물들의 처신을 보면 여전히 가야할 길은 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낙하산’이나 ‘퇴직 공무원 노후 보장용 자리’처럼 듣기에 다소 불편한 표현도 그들의 귓등에서 ‘자동정화’ 되는 듯하다.

용인의 한 정치권 인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등을 올린 모양이다. 개인 여가생활에 토를 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용인시디지털산업진흥원 정·관 인사 자녀 채용의 한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그저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사진’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꼭 이런 사진을 올려야 하나” 처신의 문제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처신’이란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행동이나 몸가짐을 의미한다. 공적인 일을 하는 ‘공인’으로 특히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응당 ‘자숙’이란 단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사진에는 ‘나몰랑’이란 단어만 투시된다.  
비단 이 정치인 뿐 아니다. 지금껏 용인시 공공기관 인사 채용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뿐 아니라 감독기관인 용인시도 시민의 ‘중구난방’에 ‘이실직고’는 고사하고 속 시원한 상황설명조차 없었다. 그저 ‘절차상 문제가 없다’란 말로 모든 과정을 적법화 했다. 이러니 매번 공공기관장과 인사채용을 둔 뒷말은 무성한 수준을 넘어 풍성했다. 시민들 눈에도 곱게 보일리 만무하다.  

절차상 문제가 없는 것은 당연해야 된다. ‘범칙’을 해가면서까지 인사 채용을 했을 거라고 믿고 싶지 않은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다.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있다.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正冠). 의심 받을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하며, 의심의 대상이 된다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티끌 하나 없이 모든 것을 소상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혈세를 받고 또 혈세가 들어간 공공기관 직원 채용 문제로 구설에 휘말린 상황에서 ‘절차상 문제 없으니…’식의 인식은 용인시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시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더해 최근 인사채용 부조리가 수면화된 용인디지털산업진흥원 원장 연임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듯하다. 일부에서는 이미 연임하는 것으로 내부 결정이 났다는 정보를 흘리고 있는가하면, 다른 쪽에서는 신중하게 상황을 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아직은 정해진 것이 없다는 말이다. 진흥원 원장 연임에 관심을 두는 것은 민선 6기 후반기 인사정책의 바로미터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찬민 시장은 그동안 인사문제에 있어서는 확실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정 시장의 이런 자신감의 원천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진흥원 원장 인사에 있어 당연직 이사장인 정 시장의 의중이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줄줄이 이어질 공공기관 단체장 채용 과정을 통해 ‘확실하다’는 기준과 자신감의 근거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아그레망(agrément)’. 프랑스어로 ‘동의하다’를 의미하며 영어 ‘agree’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영사 등 외교사절을 보내기 전 해당국가의 동의를 받는 사전 절차를 말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국가가 동의요구에 무리 없이 ‘아그레망’을 표하니 일종의 요식행위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국 내 활동에 확실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드물긴 하지만 ‘아니올시다’를 표한다. 아무런 잣대 없는 요식행위에 머물지 않는다는 말이다.

확실히 밝히고자 한다. 공공기관장의 연임에 해코지 할 의도 없다. 일부 정·관 인사와 관계된 직원에 대해 생트집 잡을 생각 ‘1’도 안 가진다. 용인시의 인사 기준을 명확히 해라는 것이다. 일부 집단의 입김과 이해관계에 따른 ‘인사부조리’. 관례화 됐다는 이유에서 이뤄진 불편한 진실 아니었던가. 이제 용인시 공공기관 인사문제에 대한 아그레망이 요식행위 수준에 머물면 안 된다. 이제 그럴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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