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에는 오래된 새로운 얘기가 많다. “충효의 중요성, 부지런해야 잘 살 수 있다, 저축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등등. 그것이 옳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왠지 고리타분해 보인다고 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관심 밖의 얘기로 들릴 것이다.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보면서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정말 듣고 싶지도 않은 축사일수도 있다. 그러나 지적한 사항은 모두 중요한 내용이었다. 다른 것은 차지하고 창조경제에 대해서만 말해 보겠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서 가장 강조한 내용 중의 하나는 창조경제였고, 또 그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것도 창조경제였다. 모호하다는 비판도 수긍할만한 요소가 많다. 그러나 경제를 전공하는 입장에서 창조경제는 매우 간단, 명료하게 정의 내릴 수 있다.

창조경제란 “경쟁자보다 고객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는 더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고객이 가격에 민감하다면 더 싸게 물건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창조경제이고, 고객들이 더 좋은 품질을 원한다면 더 좋은 품질을 만들 수 있는 과학기술, 제조기술이며 사람들이 더 맛깔스럽고 편리한 상품을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디자인 능력, 포장기술, 진열방법 등이 창조경제가 될 것이다. 어렵지도 않고 모호하지도 않다. 창조경제를 더 쉬운 말로 고친다면 “선택권을 가진 고객이 내가 만든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혹하는 방법”이다. 그것은 가격, 기능, 크기, 디자인, 멋스러움 아무것이어도 관계없다. 고객에게 내가 만든 상품을 선택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 그것이 바로 창조경제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왜 이렇게 고객을 끌어당길 필요성이 갑자기 중요하게 됐느냐는 것이다. 이점을 이해하면 체감경기가 왜 이리 나쁘고, 장사가 왜 이렇게 안 되는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 하나는 경제 성장률 저하이고 다른 하나는 우루과이라운드다.
경제성장률이 3% 이하로 떨어지면 생산보다 소비가 적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팔리지 않는 물건, 즉 재고가 생긴다. 그런데 재고라는 것이 묘한 특성이 있다. 모든 기업에게 재고는 똑같이 쌓이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기업은 팔 물건이 부족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재고가 쌓이게 된다.

기업하는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다. 그러니 이제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해 보지 못한 창조적인 방법을 찾아 고객을 유혹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옛날에는 열개 기업이 나눠먹던 시장을 이제는 창조적인 상위 몇 개 기업이 차지하게 됐다. 기업 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이렇게 나타나게 된 것이다.

기업이 어려워지니 당연히 새로운 일자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자리 수가 준 것만이 아니라 기업들은 옛날보다 훨씬 더 사람들을 까다롭게 뽑게 됐다. 이유는 명백하다. 기업을 더 효과적으로 경영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회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창조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필요하게 됐다. 그러므로 최근 기업에서 학력이나 외모보다 정말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 다른 사람과 화합하며 일할 수 있는 사람, 창조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을 찾게 된 것이다. 요즘 신입사원 채용에서 출신학교나 성적의 중요성이 감소하는 경향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큰 불을 더한 것이 바로 우루과이라운드다. UR은 여러 번 반복해 지적했듯이 농수산물의 문제가 아니다. 7% 관세만 내고 세계 모든 국가가 자유무역을 하자는 것이다. 이제 국내에는 우리가 생산한 물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상품이 쏟아져 들어왔다. 즉 상품 공급은 이제 무한대가 된 것이다. 공급과잉은 이제 상시적인 문제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명백한 한가지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잘 해야 한다. 점점 더 잘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창조경제는 해도 좋고 안해도 좋은 것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세계 12위권이다. 남의 것을 모방해 수출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우리만의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2만4000불 시대를 넘어 세계 경제의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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