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식자재 눈감아주고 영양사는 피부미용

경찰, 학교급식 비리 납품업체·영양사 구속 
 

급식비리가 벌어졌던 2014년 당시 학생이 올린 급식판.
학생은 “급식양이 너무 적다. 많이 달라고 급식판에라도
호소해본다”며 해당글을 올렸었다.

학교 급식 식재료의 납품 단가를 부풀려 부당이득을 챙긴 납품업체 대표와 현금과 가방 등을 받고 이를 눈감아 준 용인지역 학교 영양사들이 경찰에 구속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뇌물공여·사기 등의 혐의로 학교 급식 납품업체 대표 박모(39)씨를 구속하고, 양모(37·여)씨 등 고교 영양사 2명 등 모두 3명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또 뇌물수수 혐의로 초등학교 영양교사 정모(42·여)씨, 입찰방해 혐의로 이모(53)씨 등 3명을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박 씨는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8월 사이 경기도내 학교 20여 곳을 상대로 급식 식재료를 납품하던 중  수지구 소재 고교 3곳과 기흥구 소재 초교 1곳에 납품 단가를 최대 17배 이상 부풀려 대금을 청구하는 수법으로 2억3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영양사 양씨 등은 이를 눈감아 준 대가로 박씨로부터 1억 1000여만원 상당의 현금과 여성의류, 화장품, 피부 관리 비용을, 정씨는 300여만원의 현금을 각각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납품업체를 운영해오던 박씨는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자신 명의로 업체를 운영할 수 없게 되자 이씨 등 3명에게 매달 20여만원의 금품을 건네 명의를 빌려 학교급식 납품 입찰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급식업체 선정 시 최저가 입찰 업체가 낙찰 받는 점을 악용, 사업체 3곳을 번갈아가며 입찰에 참여하면서 타 업체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을 써내 낙찰에 성공했다.

박씨는 학교 급식에 들어가는 식재료를 납품하면서 단가를 부풀린 산출 내역서를 만들어 청구하는 수법으로 차액을 챙겼다. ㎏당 650원짜리 딸기는 1만1000원, 2300원짜리 땅콩은 2만3630원 등으로 납품 단가를 평균 2배 가량 부풀린 것으로 조사됐다.

영양사인 양씨 등은 박씨가 납품한 식재료를 검수하면서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 양씨의 경우 묵인 대가로 5300만원의 현금과 2300만원 상당의 여성의류, 가방 등을 직접 박씨에게 요구해 받았고, 영양교사 정씨는 300만원의 현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가 납품한 식재료를 쓴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급식이 형편없다”는 의견이 팽배해 집에서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학생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고등학교 한 학생은 “당시 같은 재료로 3일 동안 식사가 나온 적도 있다. 하루는 카레덮밥, 다음날은 카레볶음, 그 다음날은 카레돈까스 같은 식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행정실 관계자는 “관련 사건은 2013년부터 작년 초까지 있었던 일로 학교 측에서는 이미 경기도교육청 감사 결과에 따라 급식환경을 개선한 상태”라며 “올 초부터 입찰 업체 선정 방식이 변경돼 한 달마다 입찰이 진행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현재 급식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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